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장에서 자신의 딸을 공개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19일 김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딸 등과 함께 평양 순안공항에서 진행된 ICBM 발사 과정을 참관한 장면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와 함께 몸소 나오시여” 발사 과정을 지도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동행하는 등 사실상 ‘백두혈통’이 총출동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흰색 겨울 외투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붉은색 구두를 신은 여자아이가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화성-17형 미사일 옆을 걷거나 미사일을 지켜보는 모습이 담겼다. 여자아이는 한눈에 봐도 김 위원장과 리 여사를 빼닮은 모습이었다. 2013년생(9살) 둘째 딸 ‘김주애’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 부부는 아들 둘(2010년과 2017년생)을 더 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딸을 공개한 것을 두고 ICBM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어린 딸이 지켜볼 수 있을 정도로 무기체계로서 신뢰성과 안정성을 갖췄다는 의미다.
‘미래세대의 안보’를 위해 핵무력 강화를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북한은) 명실상부한 핵강국, 이 행성 최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이라며 “후대들의 밝은 웃음과 고운 꿈을 위해 우리는 평화 수호의 위력한 보검인 핵병기들을 질량적으로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은 후대들의 안보’라는 메시지를 주려고 김 위원장이 ICBM 발사장에 어린 딸을 데리고 간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또 핵개발이 ‘백두혈통’의 대를 잇는 과업임을 강조한 것일 수도 있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딸이 김 위원장의 후계자일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아직 마흔도 안 된 김 위원장이 후계자를 이렇게 빨리 공개할 이유가 별로 없는데다, 가부장적인 북한 사회에서 여성이 후계자로 오를 가능성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나눌 수 없다는 권력의 속성을 잘 아는 김 위원장이 후계자의 조기 등판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총장은 “김 위원장이 후계구도를 염두에 뒀다면 딸보다 아들을 내세웠을 것”이라며 “딸을 공개한 것은 후계자가 아님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