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천연기념물 제368호인 풍산개는 남한의 진돗개와 더불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견(名犬)이다. 그런데 이 풍산개 때문에 지금 한국의 정계가 대단히 시끄럽다. 사연은 이렇다. 2018년 9월에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풍산개 한 쌍을 선물 받았다. 이름을 곰이와 송강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풍산개를 청와대에서 키워왔고 새끼도 7마리를 낳았다. 새끼 7마리 중 6마리는 지자체에 분양했고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 키운 것은 3마리였다.
문 전 대통령은 금년 5월 퇴임할 때 풍산개 3마리를 경남 양산 사저로 데려가 길렀다. ‘기르던 사람이 계속해서 기르는 것이 좋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권유도 있었고 문 전 대통령도 개들과 정이 들었던 터라 데리고 갔던 것이다. 그런데 문 전 대통령은 풍산개 3마리를 잘 기르다가 지난달 5일 돌연 곰이와 송강이를 국가에 반환하겠다고 나섰다. 문 전 대통령이 이렇게 나선 경위를 한 번 따져보자.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대통령기록물법)에 의하면 문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받은 풍산개의 소유주는 분명히 국가다. 그러므로 퇴임할 때는 이를 국가에 반납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기록관은 동물을 맡아서 기를 시설이 돼 있지 않다. 이 사실을 고려했음인지 문 전 대통령 재임 중인 2022년 3월 29일에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에 조항을 신설해 대통령 선물이 동물 또는 식물인 경우 이를 다른 기관의 장에게 이관해 관리할 수 있게 했다. 이것이 시행령 6조 3의 ②항이다.
이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에 의거해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풍산개를 기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후 행정안전부는 시행령 6조 3의 ③항을 신설해 시행령의 미비한 점을 수정 보완하고 6월 17일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③항에는 “수탁받은 기관 또는 개인에게 예산의 범위 내에서 필요한 물품 및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렇게 법령이 정비됐음에도 불구하고 풍산개 반환 소동이 벌어진 것은 입법 예고한 개정안이 사소한 법률적 해석으로 인해 문 전 대통령이 풍산개를 반환하겠다고 한 10월 5일까지도 입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되지 않은 상태에서 퇴임 대통령이 풍산개를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이 대통령기록물법에 위반된다는 논란이 있기 때문에 반환을 결정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것이 풍산개를 반환한 공식적 이유다.
그러나 이런 공식적 반환 이유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는 듯하다. 문 전 대통령 측은 10월 7일 페이스북을 통해 “행안부는 지난 6월 17일 시행령 개정을 입법 예고했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대통령실의 이의 제기로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며 “대통령실에서는 풍산개의 관리를 문 전 대통령에게 위탁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듯하다”고 했다. 실제로 ‘대통령실의 이의 제기’로 개정안이 입법되지 못했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현 대통령에 대한 문 전 대통령 측의 강한 불신과 반감이 이번 사태를 야기시킨 것으로 보인다. 감정적 대응으로까지 읽힐 수 있는 발언이다.
이를 두고 여당에서는 양육비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난 5월 9일 대통령 기록관장과 문 전 대통령 비서실 비서관이 ‘위탁협의서’를 작성했는데 여기에는 개정안 6조 3의 ③항에 근거해 대통령 기록관장은 수탁받은 기관 또는 개인에게 풍산개 사료비 35만원, 의료비 15만원, 사육관리 용역비 192만원 등 모두 242만원을 매월 지급한다는 조항이 있었다고 한다. 개정안이 입법되지 않아 6개월 동안 이 비용을 받지 못하자 반환하겠다고 나섰다는 것이다.
어느 측 말이 진실인지 알 수 없지만 애꿎은 풍산개의 처지만 처량하게 됐다. 풍산개는 북한에서 청와대로 왔다가 전직 대통령 양산 사저로 옮겨졌고 다시 경북대 동물병원으로 이관됐는데 여기서 또다시 광주의 우치동물원으로 옮겨질 전망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명견으로 추위와 질병에 강하며 체력이 뛰어나고 용맹한 사냥개인 풍산개가 한곳에 정착해 주인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떠돌이 신세가 돼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모습이 애처롭기 짝이 없다. ‘북한의 개들이 남한의 정치적 불화를 야기시킨다’는 외신 보도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정치적 불화를 북한 개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 않은가?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퇴계학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