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은 유난히 두렵고 우울한 뉴스들로 가득하다. 세상만사가 부쩍 불편하고 혼돈스럽다. 서민들의 마음은 공포 그 자체이고 외롭다. 정치는 실종되고 사회는 위험하며 경제는 불안하다. 어디 하나 성한 구석이 없다는 느낌이다. 우리는 지금 이태원 대참사에서 보듯 국민의 생존과 안전이 크게 우려되는 위기시대를 살고 있다.
부동산과 주거 문제도 심각하다. 거래절벽 속 집값은 급락하고, 미국발 금리 급등으로 시장이 가라앉아 대출받아 집을 산 이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을 내 투자)가 성행한 결과다. 뒤늦게 집을 구매한 MZ세대가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로 이들이 주로 구매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경기도 안양, 의왕, 인천 송도 등 수도권 집값은 6개월 새 20~40%가량 폭락했다.
문제는 지금보다 앞으로 닥칠 미래가 더 걱정된다는 점이다. 대내외적 요인의 초불확실성과 경기 불황, 생존 위협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추가 집값 하락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주류를 이루면서 경제 위기, 주거 불안, 노년 빈곤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가구특성별 주관적 박탈 인식 수준’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임차인 가구, 무주택자의 경우 58%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과도한 주거비 부담은 오락문화, 교육비, 음식비 지출을 줄여 서민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게 요지다.
다행히 정부의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공급 확대, 규제 완화, 세금 감소라는 부동산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워 탄생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방 전역과 서울, 경기도 일부 지역(과천·하남·성남·광명)을 제외한 청약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대출 규제 완화와 젊은 무주택자에 관한 내집 마련 지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50%로 높이고 15억원 이상 주택과 분양주택도 12억원까지 중도금대출을 허용했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와 젊은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 확대, 안심전환대출, 특례 보금자리론 등이 대표적이다. 아직 시장 반응은 미약하지만 추가적 규제 완화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 안정, 서민 주거복지에는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소득 수준, 남녀노소에 따라 주택을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노후문제는 공통적이며 맞춤형 해법은 필요하다. 100세 시대에 은퇴를 맞았거나 준비하는 40~60대의 노후 대책에 관한 구체적 실행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일종의 ‘노년 빈곤 피하기’ 기술이다. 필자가 오랜 기간 연구한 성과물로 ‘한국형 은퇴 솔루션’이다. 공적연금 3종 세트를 활용해 손쉽게 월 300만원 생활비를 확보하는 방안이다.
먼저 중산층(가계순자산기준 4억~7억원 보유)의 경우 노후 삶은 과연 어떻게 변화할까? 전반적 예측은 비관적이다. 한국은 노인인구가 815만명으로 전체 인구(5184만명)의 15.7%다. 2025년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할 예정이다. 문제는 노인 빈곤율(43.4%)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3배로 압도적 1위라는 사실이다. 이는 자살률 1위라는 비극으로 이어진다. 즉 은퇴 후 소득은 138만원에 불과하며 최저생활비(2인 기준 216만원)에 한참 미달한다. 이대로 가다간 일본처럼 노년층 절반이 10년 후엔 노년 빈곤-노후 파산-하류 노인으로 전환할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우리는 코앞에 다가온 노후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노후 대책을 위한 비법은? 공적연금 3종 세트가 해답이다. 국가가 지급을 보장해 안전하고, 효자 노릇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나씩 따져 보자.
첫째, 주택연금이다. 올해 들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연금 가입자는 급증하고 있다. 이는 만 55세 이상 주택 소유자가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계속 거주하면서 평생 동안 매월 연금을 받는 제도다. 가입자 연령과 주택공시가격에 따라 월 연금액이 달라진다. 올 9월 기준 신규 가입자 수(1만719건)는 전년 동기보다 42% 급증했다. 급증 이유는 집값이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전환됨에 따라 집값이 비쌀 때 가입하면 연금액이 커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만 70세 1가구 1주택자가 4억원짜리 아파트를 월 일정액, 종신지급 방식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월 124만원을 받게 된다. 3억원짜리 주택은 월 92만6000원을 받는다. 은퇴 후엔 최소 3억원 이상 주택을 소유하고 가입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둘째, 농지연금이다. 농지연금을 잘 아는 이가 드물지만 잘만 이용하면 주택연금 부럽지 않다는 평가다. 만 60세 이상 농업인이 농지(전·답·과수원)를 담보로 매월 일정액의 연금을 받는 ‘농촌형 역모기지론’ 제도다. 매월 최대 3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으며 부부가 각각 가입하면 월 600만원까지 가능하다. 6억원 이하 농지는 재산세가 전액 감면되며 성장지역, 입지 좋은 곳을 선택하면 땅값 상승효과도 얻을 수 있다. 총 11만명이 가입돼 있으며, 평균 수령금액은 123만원이다. 농지가격이 높을 때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70세 기준 1억원짜리 농지를 종신형으로 가입할 경우 매월 43만원을 받을 수 있다.
셋째, 국민연금이다. 내년부터 수급개시연령이 현재 만 62세에서 63세로 늦춰진다. 국민연금 관련 우려와 개혁의 목소리가 높다. 2055년쯤 기금이 고갈될 거란 우려 때문으로 더 많이 내고 더 적게 가져가는 방향으로 제도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래세대의 부담 증가가 문제지만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 이는 국민에게 절대 유리하게 설계된 노후 상품이라는 점을 꼭 기억하자.
이밖에 퇴직연금, 개인연금, 보험 등 사적연금의 중요성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많다. 일리 있는 얘기지만 소득과 자금력이 부족한 중노년층의 경우 기본적으로는 공적연금 3종 세트를 최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현실적 접근 모델은 국민연금 100만원, 주택연금 100만원, 농지연금 50만원, 금융소득 50만원이며 따로 비상자금으로는 현금 5000만~1억원 정도를 보유하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정책 제언이다. 양질의 저렴한 주거와 안정적인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일이다. 주택연금, 농지연금 제도를 활성화하고 농지연금 가입 조건을 완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국민연금 개혁은 빠를수록 좋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