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도서관을 지켜주세요

입력 2022-11-21 04:05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뒤로 글을 주로 어디서 쓰냐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답은 정해져 있는데, 언제나 도서관에서 글을 쓰기 때문이다. 시의 경우에는 지하철이든 길거리든 어디에서나 휴대폰이나 공책을 펼쳐 적고는 하지만, 긴 글을 써야 할 일이 있거나 써둔 글을 퇴고하거나 책으로 엮기 위해, 즉 자리에 앉아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할 때에 나는 늘 도서관에 간다.

도서관은 보통 아침 9시에 열고 밤 10시에 닫는다. 특별한 일정이 있지 않는 한 오전 중 도서관에 와서 문 닫는 시간까지 머물며 작업을 한다. 작가에게 도서관이라는 공간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도서관이 보유한 수많은 장서들을 자유롭게 작업에 활용할 수 있다. 집에도 책이 많지만 모두 나의 선택과 취향으로 채택된 책들이다. 하지만 도서관 서가에는 나의 편협한 시선 바깥에서 누적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책의 형태로 쌓여 있고, 마음에 드는 제목의 책을 언제든 꺼내어 훑어볼 수 있다. 또한 도서관은 쾌적하고 조용하다. 아울러 도서관에서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앉아 각자의 일을 해나가는 모습을 바라봄으로써 내가 이 지역공동체에 속해 있음을 감각할 수 있다.

얼마 전 한 지역의 작은 도서관들을 모두 독서실로 바꾼다는 소식을 들었다. 작가로서도, 독자로서도, 한 명의 시민으로서도 너무나 유감이다. 책을 가까이에서 접할 공간이 있다는 건 그만큼 많은 지식이 평등하게 공유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평가제도 중심의 학교 교육체제 밖에서 자율적으로 배움의 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도서관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공동체가 허상의 것이 아니라 함께 지식과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곳이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법을, 몰두하고 집중하는 법을, 자신의 생각을 언어화하는 법을 배운다. 같은 공동체 내에서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더 이상 빼앗지 않기를 바란다.

김선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