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친환경 다 잡은 ‘니로 하이브리드’… 고유가에 폭풍 질주

입력 2022-11-20 19:31
기아의 신형 니로 하이브리드는 연비가 강점이다. 지난달 22일 왕복 약 80㎞를 주행한 뒤 확인한 연비는 ℓ당 22.3㎞였다. 전 모델보다 몸집이 조금 커졌다. 사진은 이 차의 전면(왼쪽)과 후면 모습. 기아 제공

기아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니로 하이브리드를 타고 지난달 22일 서울 마포구에서 경기도 파주까지 왕복 약 80㎞를 주행했다. 시승을 마치고 확인한 연비는 ℓ당 22.3㎞였다. 자동차 기사를 쓴 지난 11개월 동안 약 20대의 차량을 시승했다. 이 중 신형 아테온과 함께 연비 효율이 가장 좋았다.

신형 니로는 몸집이 조금 커졌다. 전장(차의 길이)은 65㎜, 전폭(차의 폭) 20㎜, 전고(차의 높이) 10㎜ 늘어났다. 트렁크 적재 용량도 451ℓ로 15ℓ 증가했다. 소형이지만 작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2열 시트를 접으면 완전히 평평해져 성인 2명이 누울 수 있다.

헤드램프는 북두칠성을 닮았다. 쌍용자동차 토레스의 헤드램프가 북두칠성을 길게 늘린 날렵한 모양이라면, 니로의 그것은 스포티한 느낌이다. 부메랑 모양의 브레이크 등을 위쪽으로 올린 것도 눈에 띄었다. 뒷좌석 유리와 트렁크를 연결하는 기둥인 C필러가 차체와 조금 떨어져 있었다. 이 아래로 공기가 흘러 지나갈 수 있도록 한 건데, 이렇게 하면 연비 향상에 도움이 된다. 별도 옵션을 추가하면 C필러의 색상을 차체와 다르게 바꿀 수도 있다.

먼저 2열에 탔다. 커진 몸집만큼 내부 공간도 넉넉했다. 뒷좌석 무릎 공간(레그룸)도 충분히 여유롭다. 다리를 꼬았는데 무릎이 앞좌석에 닿지 않았다.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10.25인치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그 옆에는 64가지 색상으로 실내 분위기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무드등이 있다. 친환경차답게 차량 곳곳에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다. 천장은 폐플라스틱(PET) 재활용 소재를 함유한 섬유를 썼다. 외부 도료는 인체에 해롭다고 알려진 BTX(벤젠, 톨루엔, 자일렌)를 첨가하지 않은 친환경 페인트를 사용했다. 바이오 인조가죽 시트는 유칼립투스 잎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섬유를 활용했다고 한다.

시동 버튼을 눌렀다. 전자동 버튼을 눌러 시트 위치를 조절한 뒤 서서히 가속 페달을 밟았다. 운전석 앞창에 헤드업디스플레이(HUD)가 현재 속도와 가야할 방향 등을 안내했다. 차급은 소형이지만 있을 건 다 있었다. 핸들은 가볍게 돌아갔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코너를 돌 때도 쏠림 현상이 거의 없었고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에도 큰 덜컹거림은 없었다. 소음과 진동도 적은 편이다. 다만 연비를 앞세운 차량인 만큼 빠르게 치고나가는 느낌은 덜했다. 가속페달을 밟는 즉시 모터가 반응해 최대 토크를 내는 전기차의 재미를 느낄 수는 없었다. 시속 120㎞ 이상으로 속도를 올리려고 하면 차가 살짝 힘에 부쳐했다. 합산 최대 출력 141마력, 최대 토크 14.7㎏·m의 성능이다. 주행 모드는 에코와 스포츠, 두 가지였는데 큰 차이를 느끼진 못했다. 엔진회전수(RPM)가 치솟자 거친 숨소리를 토해냈다. 고회전으로 돌려도 연비효율은 여전히 훌륭했다.

불안한 국제 정세로 인해 들쭉날쭉한 유가가 부담이라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친환경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면서 하이브리드차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휘발유차는 1년 전보다 8.5%(65만109대→59만5095대), 경유차는 27.0%(33만7781대→24만6674대) 감소했다. 반면 하이브리드차는 오히려 16.6%(17만4395대→20만3340대) 증가했다. 니로 하이브리드 역시 올해 1~10월 1만7315대를 팔아 ‘1만대 클럽’에 진입했다. 연비와 친환경이 장점이지만 자동차는 모름지기 잘 달리고(주행 능력), 잘 돌고(코너링), 잘 멈춰야(제동력) 한다. 니로는 이런 조건을 잘 충족했다. 그러나 가격이 올랐다. 최상위 트림에 풀옵션을 적용하면 3700만원을 넘는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