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는 뒷냇물이 하는 말을 받아 적는 거란다. 그리고 살구꽃이 피어 있을 때의 마음을 받아 적는 거란다. 또 보리밭 위로 날아오르는 종달새를 오랫동안 바라보는 거란다.
그때 뒷냇물이 살구꽂이 보리밭이 종달새가 너희들에게 무슨 말을 걸어올 거야. 그걸 받아 적는 게 시라고 한단다.
모든 사물들은 다 말을 하고 있단다. 그 말을 우리가 듣지 못할 뿐이지.”
…
-김명수 시집 ‘77편, 이 시들은’ 중
올해 희수를 맞은 김명수 시인의 새 시집에 실린 ‘강6’이라는 작품은 유년 시절을 이야기 형식으로 들려주는 긴 산문시이다. “소년은 그 마을에서 아홉 살까지 살며, 그 마을에서 배운 말을 오랫동안 잊지 않았습니다”로 종료되는데, 자신의 시적 원천이 아홉 살까지 살았던 그 시골 마을과 “그 마을에서 배운 말”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위에 옮겨 적은 대목은 “시가 무엇이에요?”라는 한 아이의 질문에 선생님이 들려준 대답이다. 그것이 고스란히 김명수의 시론이 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