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전반적으로 변별력을 갖춘 시험으로 평가된다. 지난해와 같은 ‘불수능’은 아니면서도 난이도 조정에 상당히 신경을 쓴 모습이다. 다만 ‘어려웠다’ ‘쉬웠다’의 기준은 수험생이다. 올해 고3은 고교 3년을 모두 코로나19 유행 속에 보낸 ‘코로나 세대’다. 학력 수준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학생 간 격차도 클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어느 때보다 수험생 ‘체감 난도’가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국어 ‘변별력 갖춘 시험’
국어 영역은 지난해 수능보다 쉬웠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올해 시험이 쉬웠다고 단정하기엔 무리가 있다. 지난해는 모든 문항을 다 맞힌 원점수 만점자에게 주어지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149점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시험이 어려울수록 표준점수 최고점은 높아진다. 당시 1등급 구분점수(컷)가 131점이었는데, 만점자와 1등급에 턱걸이 수험생 사이의 점수 차가 18점이나 벌어질 정도로 까다로웠다.
입시 전문가들은 표준점수 최고점 140점, 1등급컷 129점이었던 올해 9월 모의평가 수준으로 보고 있다. 사설 입시기관들의 분석을 보면 지난 9월 모의평가의 원점수 기준 1등급컷은 ‘화법과 작문’ 93점, ‘언어와 매체’ 88점이었다. 불수능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변별력은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상위권 변별력을 위한 초고난도 문항으로는 국어 17번이 지목됐다. ‘기초 대사량과 최소제곱법’(14~17번)을 다룬 과학 지문이었다. EBS 수능 교재와 관련된 지문이었지만 수학적인 내용이 많아 문과생이라면 상당히 애를 먹었을 것으로 보인다. 메가스터디교육은 “제시문 길이가 길어 독해 어려움 및 시간 배분이 예상된다”고 했다.
수학·영어 “까다로운 기조 유지”
수학 영역의 난이도는 지난해 수준이란 관측이 다수였다. 지난해 수능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47점으로 녹록지 않은 시험이었다. 출제 당국은 수능 전반의 변별력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수학의 난이도를 까다롭게 유지하려는 모습이다. 특히 서울의 주요 대학들이 정부 방침에 따라 수능 위주 정시모집 비율을 높였기 때문에 변별력 확보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표준점수 최고점 움직임을 보면 지난해 6월 모의평가 146점, 9월 145점, 수능 147점, 올해 6월 147점, 9월 145점이었다. 지난해 수능의 원점수 기준 1등급컷을 보면 ‘확률과 통계’ 90점, 미적분 88점, 기하 88점이었다.
공통과목 22번(미분), 확률과 통계 30번(경우의 수)과 미적분 30번(미분), 기하 30번(공간도형과 공간좌표)이 고난도 문항으로 꼽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국어보다 수학 변별력이 클 걸로 예상한다. 지난해 수능, 6·9월 모의평가 패턴으로 어려운 기조를 유지했다”며 “선택과목 간 점수 차이도 여전히 발생할 듯하고 미적분 수험생의 표준점수가 가장 높게 형성될 듯하다”고 내다봤다.
영어 영역은 어려웠던 지난해 수준이란 분석이 많았다. 지난해 수능 1등급 비율은 6.2%로 상대평가나 다름없는 비율이었다. 올해 6월 모의평가는 5.7%로 이보다 낮았다. 지난 9월 모의평가 1등급 비율인 16%로 매우 쉬웠기 때문에 상당수 수험생이 이번 수능 난도에 당황했을 수 있다. 어려운 문항으로는 34번(빈칸추론) 37번(글의 순서), 39번(문장삽입)이 꼽혔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