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놓고… 정진석 “文 알고 계셨나”

입력 2022-11-18 04:08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일보 주최 코라시아포럼 행사장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의혹을 두고 “문재인정부의 대북뇌물 사건으로 번져가는 스캔들”이라며 “북한 불법 송금 비용이 김정은의 핵 개발에 전용됐으면 그 책임은 문재인 정권에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해당 의혹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쌍방울-아태평화교류협회’의 3각 커넥션으로 규정했던 국민의힘이 이 대표에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타깃으로 삼으며 공세의 고삐를 죈 것이다.

정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한 언론 보도내용을 토대로 “청와대의 주선 혹은 방조 없이 북한의 대남공작 총책 김영철(당시 통일전선부장)에게 뇌물을 상납하는 일이 가능하냐”며 “문 전 대통령에게 묻는다. 쌍방울의 7만 달러가 김영철에게 전달된 사실을 알고 계셨나”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서훈 국정원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며 “명백한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의혹을 문재인 정권 차원에서 벌어진 의혹으로 규정하고 전선을 넓힌 것이다.

정 위원장은 “쌍방울이 돈을 집중적으로 건넨 시기는 2018년 말~2019년 1월”이라며 “쌍방울이 건넨 돈이 남북정상회담 개최 대가로 사후 지급된 것은 아닌가”라고 물었다. 2018년 4월과 5월, 9월 잇달아 열린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송금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정 위원장은 또 “2019년 1월 비슷한 시기에 롤렉스 시계 10개가 북한 고위층에 전달됐고,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됐다”며 “문재인 정권이 북한의 환심을 사기 위해 거액을 상납한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정 위원장이 공세 대상을 문 전 대통령까지 확대한 것이 전략상 좋은 판단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초선의원은 “민주당에선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계기로 친명계와 친문계 간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데, 괜히 양측이 단결할 빌미를 준 건 아닌지 아쉽다”고 말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 의원의 주장에 대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고작 롤렉스 시계에 혹 해서 정상회담을 했다는 것이냐”며 “몇 번을 강조하지만 문재인정부는 북한에게 1원 한 장 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정 위원장의 깔끔한 사과를 기다린다”며 “아무리 정치적 의도가 있고, 마음이 조급해도 일개 의원도 아닌 여당 대표의 발언에는 분명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