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가구 당 ‘실질 소득’이 5분기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벌이가 늘어나는 속도를 인플레이션이 추월한 셈이다. 지난해 지급했던 코로나19 지원금이 끊기면서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간 빈부 격차도 5.75배까지 벌어졌다.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 당 월평균 명목 소득은 486만900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소폭이나마 증가하기는 했지만 물가 변동 영향을 반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올해 3분기에 전년 대비 5.9% 급등한 물가를 반영한 실질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실질 소득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를 겪던 지난해 2분기(-3.1%) 이후 처음이다. 3분기 기준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겪던 2009년 3분기(-3.2%) 이후 13년 만에 감소폭이 가장 컸다.
고물가는 소비마저도 얼어붙게 만들었다. 3분기 소비 지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6.2%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상승 영향을 제외한 실질소비 증가율은 0.3%에 그쳤다. 돈을 더 썼지만 고물가로 인해 소비 수준이 제자리에 머물렀다는 뜻이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외부 활동이 증가하면서 식료품·비주류음료(-5.4%)와 가정용품·가사서비스(-9.1%) 등에서 지출이 줄었다.
정부 재정이 뒷받침해오던 ‘이전소득’ 규모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 3분기 이전소득과 공적이전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8%, 26.1%나 급감했다. 코로나19 상생소비지원금 등 정부가 대규모로 지급했던 재난지원금이 끊긴 기저효과가 반영됐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전 국민 하위 88%에 해당하는 가구에 1인당 25만원씩을 지급한 바 있다.
특히 저소득층 가계가 타격을 크게 받았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늘어나면서 명목 소득이 증가한 상위 80% 가구와 달리 하위 20% 가구의 명목 소득은 감소세를 기록했다. 하위 20% 가구 명목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한 113만1000원에 머물렀다. 이들 가계 소득의 큰 축을 차지하는 공적이전소득이 10% 이상 줄어든 탓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1041만3000원)은 전년 동기보다 3.7% 증가하면서 빈부 격차는 더욱 커졌다. 상·하위 20% 가구 간 소득 격차를 뜻하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75배로 전년 동기(5.34배)보다 0.41배 포인트 높아졌다. 이 배율이 올라갈수록 빈부 격차가 크고 분배 상황이 나쁘다는 의미다.
복합적인 위기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물가를 안정시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이 여전이 고공행진 중인 대외 상황을 고려할 때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