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자본증권 기댔던 보험업계 ‘흥국생명 후폭풍’

입력 2022-11-18 04:06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본사. 연합뉴스

최근 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의 조기 상환(콜 옵션 실행)을 연기하려다 철회한 사태로 금융권 시선이 따가워졌다. 신종자본증권은 사실상 ‘빚’이지만 장부상 ‘자본’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대주주가 돈을 대지 않고도 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 이런 장점에 보험업계는 신종자본증권을 경쟁적으로 찍어냈지만 흥국생명 사태로 발행이 어려워진 데다 금리까지 오르면서 부메랑을 맞게 됐다.

1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말 2조1000억원이었던 보험업계 신종자본증권 잔액은 지난 6월 말 6조8000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신종자본증권과 함께 자본성 증권으로 묶이는 후순위채 잔액은 이 기간 3조9000억원에서 11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보험업계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잔액 규모는 자기자본의 5분의 1에 육박하는 19.8%까지 불어났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비교적 수월하게 자본 확충이 가능한 수단이다. 과거에는 보험사가 지급 여력(RBC) 비율 등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자본을 확충하려면 대주주가 돈을 마련해 증자에 참여해야 했다. 하지만 2013년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으로 인정하면서 발행이 본격화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이라 영구채로 불린다. 하지만 투자자 대부분은 오랜 기간 돈을 묶어둘 생각이 없다. 발행 5년 뒤 콜 옵션 조항이 달린다. 2~3년마다 금리가 오르는 ‘스텝 업’ 조건도 대부분 따라붙는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늘어나면서 보험업계 이자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따른 보험업계 연간 금융 비용은 2017년 1500억원에서 올해 8200억원까지 뛰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흥국생명이 최근 신종자본증권 콜 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했던 것도 재발행 시 금리가 더 높아 이자 비용이 증가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자금을 모으기 어렵게 됐다. 콜 옵션 행사일이 다가오면 앞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을 상환하고 새로 발행해야 하는데 투자자를 모으려면 훌쩍 뛴 금리를 제시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는 신종자본증권 투자자를 모으지 못해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자본 적정성이 떨어지는 후순위채를 발행하거나 대주주에게 손을 벌려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