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에 맞춰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26개의 투자·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양국이 협력하기로 한 사업 규모만 약 40조원에 달한다. 협력 사업에 대한 사우디 정부의 의지도 강해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과 사우디는 이날 오전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투자포럼을 열고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총 26건의 업무협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한국 민간 기업과 사우디 투자부 간 계약이 6건, 공기업을 포함한 한국 기업과 사우디 기관 및 기업 간 계약이 17건, 사우디가 투자한 기업(에쓰오일)과 국내 건설사들 사이에 맺은 계약이 3건이다.
각 협약에 예정된 사업비만 조 단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투자부 장관은 이날 사우디 매체 아샤르크TV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기업들과 총 300억 달러(약 40조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현재 사우디는 사업비 5000억 달러(약 670조원) 규모의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네옴시티는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발표한 ‘사우디 비전 2030’의 핵심 사업으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고 있다. 이날 한국 기업이 맺은 협약 중에도 네옴시티 관련이 많았다. 알 팔리 사우디 투자부 장관이 미리 한국에 들어와 사업협력 내용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철도차량 계열사인 현대로템은 사우디 투자부와 네옴시티 철도 인프라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여기엔 사우디와 수소기관차를 공동 개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대로템이 사우디 고속철을 수주하게 되면 국산 고속철의 첫 해외 판매 성과로 기록될 전망이다.
삼성물산·한국남부발전·한국석유공사·포스코·한국전력 등은 네옴시티와 관련해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예정 사업비가 65억 달러(약 8조5000억원)에 달하는 그린수소·암모니아 공장 건설 프로젝트 MOU를 맺었다. 삼성물산은 이와 별도로 네옴시티에 철강 모듈러 방식으로 임직원 숙소 1만 가구를 짓는 ‘네옴 베타 커뮤니티’ 프로젝트도 추진하기로 했다.
석유화학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에 대한 사우디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롯데정밀화학은 사우디 투자부와 사우디 현지에 정밀화학 생산 거점을 구축한다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DL케미칼도 사우디 투자부와 석유화학 사업 투자 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밖에 백신·혈청기술(유바이오로직스), 프로바이오틱스(비피도) 등의 바이오 분야와 스마트팜(코오롱글로벌), 엔지니어링서비스(동명엔지니어링) 등 농업·서비스·투자 분야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사우디와의 사업 추진을 공식화했다.
한편 에쓰오일은 빈 살만 왕세자 방한에 맞춰 70억 달러(9조2580억원) 규모의 ‘샤힌(아랍어로 매를 뜻함) 프로젝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에쓰오일의 대주주는 지분 63.41%를 보유한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다. 빈 살만 왕세자는 아람코의 대주주다. 2019년 빈 살만 왕세자 방한 당시 샤힌 프로젝트 구축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이번 방한을 계기로 투자를 확정한 것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 12%인 석유화학 제품 매출 비중을 25%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