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서 아들로… ‘바람’이 전해준 ★

입력 2022-11-18 04:07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1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2022 프로야구 정규시즌 MVP를 수상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왼쪽 사진은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이 1994년 정규시즌 MVP에 선정된 모습. 이정후와 이종범은 KBO 역사상 최초의 ‘부자 MVP’라는 기록을 세웠다. 연합뉴스, 국민일보DB

‘바람의 손자’ 이정후(키움 히어로즈)가 모든 프로야구 선수 중 가장 밝게 빛나는 별로 선정됐다. 이정후는 프로야구 정규시즌 MVP에 등극하면서 ‘바람의 아들’인 부친 이종범 LG 트윈스 코치와 함께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부자 MVP’라는 기록도 세우게 됐다.

이정후는 1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만장일치에 가까운 표를 얻어 2022 프로야구 정규시즌 MVP로 뽑혔다. 이정후는 프로야구 취재기자단 투표에서 유효표 107표 중 104표를 득표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은퇴한 이대호(2표), 같은 팀 투수 안우진(1표)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생애 첫 MVP를 받았다.

이정후는 1994년 9월 30일 당시 해태 타이거즈 선수로 MVP를 거머쥔 아버지 이종범 코치에 이어 28년 만에 MVP가 됐다. 1994년 이 코치의 나이는 만 24세였고, 올해 이정후의 나이 역시 만 24세다.

이정후는 수상 소감으로 “항상 제가 아버지의 아들로 살아왔는데, 오늘을 계기로 제 야구 인생은 제 이름으로 살아가겠다”며 “아버지도 어머니와 행복한 인생을 잘 이어가길 바란다”고 웃었다.

부자 MVP는 150년이 넘는 미국 메이저리그와 70년이 넘는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아직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다.

이정후의 MVP 등극은 예정된 ‘대관식’이었다. 이정후는 올 시즌 타율(0.349), 안타(193개), 타점(113점), 장타율(0.575), 출루율(0.421) 등 5개 타이틀을 거머쥐며 프로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타격 5관왕이 나온 건 2010년 이대호(당시 7관왕) 이후 처음이다. 이정후는 MVP 상금 1000만원과 개인타이틀 5개 상금 1500만원(각 300만원) 등 총 2500만원을 챙겼다.

신인왕은 두산 베어스의 우완 불펜투수 정철원(23)이 차지했다. 정철원은 유효표 107표 중 74표를 얻어 한화 이글스 김인환(24표)을 제치고 신인왕 트로피와 상금 300만원을 품에 안았다. 정철원은 올 시즌 1군 무대에서 58경기에 등판해 4승 3패 3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3.10을 기록했다.

이날 KBO는 투타 부문별 시상도 했다. 안우진이 평균자책점(2.11)과 탈삼진(224개)왕에 올랐고, LG 케이시 켈리가 다승(16승), LG 고우석이 세이브상(42세이브), LG 정우영이 홀드상(35홀드), KT 위즈 엄상백이 승률상(0.846)을 차지했다. 곧 이 코치의 사위이자 이정후의 매제가 되는 고우석은 “가족 중 야구를 가장 못 하는 선수가 될 것 같다”며 재치 있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타격 부문에서는 이정후가 5개 부문 상을 휩쓴 가운데 삼성 라이온즈 호세 피렐라가 득점상(102점), KIA 박찬호가 도루상(42개), KT 박병호가 홈런상(35개)을 받았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