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독자위원회가 16일 서울 여의도 본사 대회의실에서 첫 회의를 했다. 한헌수(숭실사이버대 총장) 위원장과 권순우(한국자영업연구원장) 남재작(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민경찬(비아출판사 편집장) 조정희(법률사무소 청한 대표변호사) 위원, 송세영(국민일보 편집국 부국장) 간사가 참석했다. 독자위원들은 ‘이태원 참사’ ‘미·중 정상회담’ 등 주요 이슈에 대한 보도를 점검하고 단순 사건 전달보다는 깊이 있는 해설과 분석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헌수 위원장=국민일보의 가장 큰 장점은 중도적 입장에서 중립적인 목소리를 내는 언론사라는 점이다. 독자위원회가 국민일보가 언론으로서 본분을 지키며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건설적인 의견을 제시하면 좋겠다.
△남재작 위원=대부분 신문은 정치 기사가 전면에 배치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환경 기후 농업 에너지 등의 문제는 가끔 한두 개씩 다룰 뿐,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 국민일보가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떤 관점이나 색깔을 가졌는지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 등 국내의 세계적 대기업들이 RE100(2050년까지 사용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캠페인) 동참을 선언했는데 너무 짧게 다뤄 아쉬웠다. 대기업들이 이런 선택을 한 배경 등을 상세히 소개해주면 독자들이 세계적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민 위원=지난달 31일자에 이태원 참사를 지면에 처음 보도하면서 1면 헤드라인이 ‘이들의 죽음, 막을 수 없었나’로 나갔다. 황망한 사고가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이었는데 책임부터 추궁한, 너무 앞서간 제목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는 ‘예견된 참사’라는 시각의 보도로 이어졌는데 이태원 참사 이전에 대규모 인원이 모일 때 문제라든지, 사고가 난 좁은 골목의 문제를 제대로 지적한 곳이 없었다. 이런 시각의 보도가 쏟아지면서 더 가혹하게 책임을 묻고 진보와 보수가 더 강하게 대립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한 위원장=경제정책이나 국제관계에 대한 기사를 즐겨 본다. 다른 신문도 마찬가지지만, 현상만 이야기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 예를 들어 이번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났는데 세계경제와 국제관계 측면에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 더 깊이 있는 예측과 분석 기사가 부족해 아쉬웠다.
△권순우 위원=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 같다. 예를 들어 15일로 세계 인구가 80억이 넘었다는 기사가 16일자에 나왔는데 국민일보는 2면에 크게 썼더라. 세계 인구는 늘고 우리나라 인구는 줄어드는 현상을 잘 짚었다. 사실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다른 신문 중에는 뒤쪽 지면에 작게 쓴 곳도 있다. 깊이 있는 기사를 쓰면 독자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볼 것이다.
△한 위원장=비슷한 생각이다. 국민일보가 중요한 인구 문제를 제대로 보도했다.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 인구는 세계인구의 1% 선을 유지했다. 세계인구가 20억명일 때는 2000만명 정도였다. 지금 80억명 됐는데 남북한 합치면 8000만명 정도 된다. 우리나라 인구가 앞으로 드라마틱하게 줄어들면 국가의 위상이나 역량이 어느 정도 달라질지 궁금한데 잘 다뤘다.
△남 위원=인구 문제처럼 농업 쪽에서는 토지 문제가 심각하다. 광복 이후 만들어진 오래된 시스템이 기술 등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안 바뀌어서 산업 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 농업 문제는 근본적으로 토지 문제라고 봐도 좋다. 사회가 변화하면 농업과 농촌에서 가장 먼저 문제가 생긴다. 관심을 두고 다뤄주면 좋겠다.
△조 위원=법률가로서 법조 분야 보도에 관해 간략히 말씀드리겠다. 국민일보만의 문제는 아닌데 지금 법조 기사는 지나치게 정치적 이슈에 집중돼 있다. 국민일보 독자는 대부분 일반 국민이다. 정치적 이슈에도 관심이 있지만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제도나 사법정책의 변화도 궁금할 수 있다. 법조 기사에서 다양성을 지향하면 좋겠다.
△한 위원장=아주 사소한 사건이나 일개인의 주장을 정통 언론매체에서 너무 비중 있게 보도하는 점도 아쉽다. 그럴 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들의 영향력만 키워주는 것 같다. 대중이 관심을 보여 선정적 보도가 쏟아질지라도 과감하게 보도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 같은 경우 언론에서 그렇게 크게 보도할 가치가 있나 회의적이다. 중요한 뉴스가 얼마나 많은가. 국민일보가 앞장서주면 좋겠다.
△권 위원=어느 한 언론사만의 노력으론 힘들 수 있다. 선정적 보도를 멀리하기 위해선 언론사들 공동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기후 문제처럼 언론 생태계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정리=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