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월드컵이 21일(한국시간)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다음 달 19일까지 약 한 달간의 대장정에 나선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도 4년 만에 열리는 월드컵이자 최초의 겨울 월드컵을 위해 결전의 장소로 모였다.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의 초호화 멤버 가운데서도 네이마르는 첫 손에 꼽힌다. 2002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20년 만의 우승이 그의 발끝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라질 역대 A매치 득점 2위(75골)인 네이마르는 A매치 2골만 더 넣으면 ‘축구황제’ 펠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영국 가디언은 “마침내 전설적인 선수로 거듭날지, 10년간 한 몸에 받아온 기대를 저버릴지 매우 중요한 시간이 왔다”고 평가했다.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의 대표 선수는 올해 발롱도르 수상자 카림 벤제마다. 성관계 영상으로 동료를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돼 TV로 프랑스의 우승을 지켜봐야 했던 벤제마는 8년 만에 월드컵에 나서 명예회복을 노린다. 킬리안 음바페도 주목할 선수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만19세의 나이로 4골을 기록하고, 펠레 이후 60년 만에 월드컵 결승에서 득점한 10대 선수였던 음바페는 레블뢰 군단의 얼굴이 됐다. 프랑스는 폴 포그바, 은골로 캉테 등 중원 핵심이 이탈했지만, 벤제마를 비롯해 음바페, 아스널의 윌리엄 살리바, 손흥민의 토트넘 동료 위고 요리스 등이 건재하다.
살아있는 전설들은 카타르에서 ‘라스트 댄스’를 준비 중이다. 세기의 라이벌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는 2006년 독일월드컵 이래로 5번째 출전한다.
리오넬 스칼로니 아르헨티나 감독은 메시가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나가길 바라지만, 메시는 일찌감치 “이번(카타르)이 나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코파 아메리카에서 브라질을 꺾고 28년 만에 우승컵을 차지한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도 유력한 우승후보다. 월드컵 개막 직전 17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평가전에서도 5대 0으로 승리하며 A매치 무패행진을 36경기로 늘렸다. 2014년 독일에게 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던 메시에게 카타르는 월드컵 우승의 마지막 기회다.
라이벌 호날두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지난 시즌 친정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복귀해 리그 득점 3위에 오르며 여전한 기량을 자랑했지만, 올 시즌에는 후보로 전락했고 구단과 마찰이 진행 중이다.
루카 모드리치는 지난 대회에서 크로아티아를 준우승으로 이끌고 최우수 선수상까지 받았다. 이밖에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폴란드), 가레스 베일(웨일스), 세르히오 부스케츠(스페인), 마누엘 노이어(독일),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 등이 카타르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울 스타들로 거론된다.
전설들이 퇴장하고 새롭게 나타날 스타들도 주목된다. 매 월드컵에선 대형 스타가 탄생해왔다. 메수트 외질(독일)은 2010 남아공 대회에서 전차군단의 최첨단 병기로 맹활약하며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하메스 로드리게스(콜롬비아)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조국을 8강에 진출시키고 득점왕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새로운 스타 후보들이 즐비하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브라질)와 부카요 사카(잉글랜드)는 이미 빅리그에서 검증된 인물들이지만 월드컵에서 성과를 낸다면 몸값을 더욱 치솟을 수 있다.
한국의 ‘창과 방패’도 빼놓을 수 없다. 손흥민은 ‘벤투호’ 그 자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핵심 전력이고, 김민재는 세리에A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철벽 수비를 자랑하며 빅클럽들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한국이 예상을 뒤엎고 16강 진출에 성공하려면 두 사람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1996생에 불과한 김민재는 월드컵을 발판으로 세계적 선수로 거듭날 수 있다.
감동적인 스토리를 품은 선수들도 있다. 덴마크의 크리스티안 에릭센(덴마크)은 지난해 ‘심장마비’로 생명이 위험했지만 빠른 응급처치로 목숨을 구했다. 이후 심장에 제새동기를 달고 그라운드에 복귀해 자신의 꿈인 월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티머시 웨아는 미국 유니폼을 입고 아버지의 꿈을 대신 이뤘다. 그의 아버지는 조지 웨아 라이베리아 대통령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 발롱도르 등을 수상했지만, 라이베리아가 약체였던 탓에 월드컵엔 진출하지 못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