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제자의 이름을 딴 순례길로 유명한 신안군이 ‘1004섬’ 등 관광 자원으로 개발한 명칭들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는 최근 전남 신안군의 브랜드인 ‘1004섬’ ‘기적의 순례길’ 등을 종교 차별 사업으로 지적하고 군에 시정조치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신안군 관계자는 17일 “내부 논의를 거쳐 향후 대처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1004섬’으로 신안군 관광사업 성장
신안군은 군민을 대표하는 신안군의회의 심의 의결을 받아 2012년부터 군 브랜드를 ‘1004섬’으로 지정하고 사용해왔다. 낙후돼 있고 불편하다는 신안군의 기존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의도였다. 2017년에는 소악도에 ‘기적의 순례길’을 조성해 열두 제자의 이름을 딴 기도처를 만들고 관광자원화했다.
신안군 관계자는 “신안군은 과거 18만여명이 거주했으나 현재는 5분의 1로 인구가 감소했다. 소멸 위기의 작은 섬에 문화관광 시설을 확충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안군에 따르면 ‘1004섬’이란 명칭은 군내 1025개섬 가운데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21개섬을 제외한 숫자에서 따온 것으로 특정 종교와는 무관하다. 순례길 역시 전문가와 주민의 의견을 반영해 12개의 쉼터를 조성했다.
신안군이 추진했던 관광사업은 소위 ‘대박’이 났다. 군 관계자는 “‘1004섬’ 브랜드는 국내외 신안군 인지도 개선에 크게 기여했으며 지방자치단체 브랜드화 성공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또 순례길을 조성한 후 지난해에만 5만4000여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는데 이는 2018년 대비 20배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이 사업은 지난 4월과 8월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가 문체부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에 신안군을 신고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신안군은 두 차례에 걸쳐 해명 자료를 보냈으나 센터는 자문회의를 거쳐 신안군의 사업을 종교 차별로 최종 판단하고 군에 시정 조치를 권고했다.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종교문화시설 등을 민간단체가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지자체가 직접 추진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신안군은 조계종 신고 내용 중 문준경순교기념관은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총회장 김주헌 목사)가 세웠다는 점, 성경식물원 사업은 취소됐다는 점을 밝혔다.
교계 “군민이 결정한 사업 차질 유감”
기독교계는 이번 결정에 유감을 표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류영모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은 “군민의 의견을 대표하는 군의회에서 결정하고 진행했던 관광사업이 이번 결정으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안타깝다. 어떤 절차와 과정을 거쳤는지 알 수 없는 자문회의에서 종교 차별 결정이 난 것도 유감”이라고 밝혔다.
신안군의 대표적 순교자인 문준경 선교사를 배출한 기성의 김주헌 총회장도 “조만간 문체부 관계자를 만나 우리의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며 “교단과 지역교회들이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불교계 주장에 적극 반박해 온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김철영 사무총장도 “관광문화 사업의 주체는 지역민인데 특정 종교단체가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향후 한국교회가 관광 자원을 발굴하는 데 있어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조언했다. 김 사무총장은 “앞으로는 교계가 사업 주체가 되어 진행하면 좋겠다. 기독단체들이 중심이 돼 사업회를 구성하거나 지역교회가 연합해서 적극적으로 관광 자원을 유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