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남매를 기르며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던 아버지가 보증을 섰다가 전 재산을 날리고 집안은 하루아침에 거지 신세가 되었다. 오빠와 나는 학교에 입학도 못해 평생 배우지 못한 것을 한탄하며 살았다. 9살 때 어머니가 꽃무늬 셔츠를 사 와 나중에 동생 것도 사면 같이 주겠다고 했는데 몰래 꺼내 입어보다가 들켜 크게 야단을 맞았다. 순간 ‘내가 없어지면 어머니가 덜 힘들겠지?’ 하는 생각에 농약을 마셨다. 바로 팔 다리가 꼬이며 금방 죽을 것 같은 공포에 휩싸였다. “하나님, 엄마와 함께 살고 싶어요. 살려주세요.” 전혀 관계없는 하나님을 본능적으로 찾으며 쓰러졌다. 다행히 속에 있는 것을 모두 토해내며 겨우 살아났다.
결혼을 하면 지긋지긋한 가난과 힘든 삶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로 버텼지만 광산 막노동을 하는 남편을 만나 2000원짜리 월세에 살며 꿈은 산산이 부서졌다. 남편은 매일 소주 댓병을 마셨고 툭하면 살림을 부수고 나와 아이들을 때렸다. 생활비는 주지 않고 배우지 못한 무식한 년이란 욕설에 친정 식구들까지 무시하는 치욕 속에 살던 어느 날 20대의 건장한 큰 동생이 갑자기 죽었다. 그리고 1년 후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또 그 다음해에는 자식과 남편을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한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다.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의 나날을 1년 정도 보낼 때 역시 20대인 둘째 동생마저 전기공사를 하다가 감전사고로 사망했다.
4년간 연속되는 네 명의 죽음 앞에 나는 숨만 쉬는 나무토막처럼 되어 통곡의 나날을 보냈다. 그 사정과 모습을 아는 많은 사람들이 전도하러 왔다. 하지만 악에 받쳐 있던 나는 불같이 화만 냈다. 그러다 끌려가듯 참가한 어느 가정예배에서 모두들 찬양을 부르는데 감당할 수 없는 눈물이 그치지 않고 흘렀다. 하지만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 방문을 걸어 닫았다. 방안에 누워있는데도 집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환하게 보였다. 밖에서 껌을 씹는 사람, 슬리퍼 신은 사람이 보여 ‘설마’ 하며 창문을 열어보면 정말 그런 사람이 있었다. 게다가 밤새 일정한 간격으로 ‘음음. 아하하! 아하하!’하는 비웃음 소리까지 들렸다.
마음이 섬찟하고 무서워 잠도 이루지 못하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다가 결국 뇌출혈로 쓰러졌다. 7년이 지나며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다시 쓰러질 것 같은 두려움에 꼼짝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뇌수술을 받고 결핵으로 1년 넘게 약을 복용했고 손이 뻣뻣해지며 구부러지지 않아 양손에 신경수술도 받았다. 그런데 손 치료가 끝나자 바로 얼굴이 하얗게 변하는 백반증이 발생했다. 여러 병원에서 치료가 어렵다는 진단을 받자 갑자기 하나님이 생각 나 어느 교회에 들어가 “하나님! 정말 계시면 제게 보여 주세요.”하며 기도했다.
그러다 12월 24일 밤 세상이 들떠있던 깊은 밤에 막내아들의 부탁이 퍼뜩 생각 나 벌떡 일어나 요한복음을 폈다. 원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독생하신 하나님이 나타내셨고 그 분이 사람으로 이 땅에 오셨고, 바로 예수님이라는 사실이 정확히 비춰졌다. 그리고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셔서 독생자를 주셨다는 말씀이 마음에 불같이 임하며 억누를 수 없는 기쁨에 뜬 눈으로 밤을 샜다.
그리고 1년 뒤 막내아들을 따라 한마음교회에 가며 하나님의 은혜로 드디어 부활하신 예수님을 주인으로 영접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기쁨은 모든 질병과 상처를 말끔히 씻어냈고 평생에 없던 설레는 나날이 이어졌다. 내겐 오직 예수님 한 분이면 족했고 밤새 성경을 읽어도 꿀같이 달았다. 마음엔 평강과 기쁨이 임하고 옛사람이 죽었고 새피조물이 되었다는 말씀으로 남편에 대한 마음도 봄눈처럼 녹았다. 치료가 어렵다던 백반증까지 말끔히 치료되었다. 누워만 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시장에도 가고 공원 산책도 다녔다. 평생 아버지 없는 상처로 우울증과 분노에 사로잡혀 살던 남편에 대한 긍휼한 마음이 부어져 사랑으로 품기 시작했다. 내 모습에 놀란 남편도 주일엔 단정히 차려입고 함께 교회에 가고 집안일을 잘 할 수 없는 나를 대신해 식사 준비, 설거지, 빨래 등 집안일을 도와주며 “이렇게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들게 해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하고 “힘든 상황을 견디고 내 곁에 있어줘 고마워.”하며 내 손을 잡아준다.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다.
최근 몇 년간 척추관협착증이 심해 화장실도 기어서 갈 정도로 통증으로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꼭 수술을 해야 하지만 예전에 뇌 동맥류 수술을 받아 MRI 검사를 할 수 없어 수술도 못했다. 이러다가 가족들에게 짐만 되고 한평생 받을 고통에 잠시 낙심이 되었다. 하지만 사나 죽으나 나는 주님의 것이고 지금까지 지내온 모든 것이 주님의 큰 은혜라는 감사의 고백을 하게 해 주셔서 다시 평강을 찾았다. 때맞춰 병원에서 수술을 결정해 주었고 목사님과 성도들이 한마음으로 기도해 주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통증 없이 잠들 수 있는 것만으로도 꿈만 같고 아직은 지팡이를 짚지만 걸을 수 있어 더욱 감사하다. 인생을 통틀어 자랑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처투성이 삶이었으나 내 안에 예수님이 살아계시기에 늘 감사하며 오늘도 주님만 바라보며 기쁘게 걷고 또 걷는다.
김춘화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