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전쟁’이 현실화되고 있다. 윤석열정부의 내년도 첫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는 국회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찰국 신설과 용산공원 개방 등 윤석열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과제 예산에 대해 대대적인 ‘칼질’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이 폭주하고 있다”며 예산 사수에 나섰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12월 2일)을 지키지 못할 경우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는 개회 40분 만에 파행됐다. 민주당이 지난 9일 행안위 예산소위에서 단독으로 내년도 경찰국 예산안(6억300만원)을 전액 삭감한 것이 발단이 됐다. 민주당은 내년도 경찰국에 배정된 기본 경비 2억900만원과 인건비 3억9400만원을 전액 감액해 의결했다. 의결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삭감에 반발해 모두 퇴장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채익 행안위원장은 16일 민주당이 단독 의결한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강하게 항의하면서 결국 정회됐다.
행안위 민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은 “국회법에 따라 의결을 거친 예산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이라며 상정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국 예산 삭감은) 감정에 찬 ‘예산 갑질’”이라며 “이런 야당은 처음 본다. 치졸하다 못해 비루하다”고 비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예결소위도 용산공원 개방 및 조성사업 예산 삭감을 두고 여야가 설전을 벌이다 결국 파행을 겪었다. 민주당이 용산공원 개방을 위한 예산(286억원) 삭감을 강행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크게 반발하며 그대로 퇴장했다. 민주당은 전액 삭감안을 단독 의결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초·중등 교육에 쓰던 예산 일부를 대학에 지원하는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둘러싸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교육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분의 돈을 써서 재정을 균등히 배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특별회계는 ‘동생 돈 뺏어서 형님만 먹여 살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고 지적했다.
운영위원회 예결소위가 17일 대통령실 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예산안 심사도 난항이 예상된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간접비용(29억6000만원) 삭감 등에 대한 협상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소위 구성부터 삐걱거리면서 아직 예산안 심사를 시작도 못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소속 박대출 기재위원장은 “예산안 심사기한인 12월 2일 전까지 상임위 예산안 절차를 마쳐야 하는데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박민지 구승은 김승연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