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압수수색영장 등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정 실장을 ‘동일체’로 보는 검찰의 시각이 반영돼 있다는 게 검찰 안팎의 평가다. 공모 관계에 대한 의심을 에둘러 드러내기 위해 영장에 법률적 용어가 아닌 ‘정치적 공동체’라는 표현을 담았다는 해석도 있다. 검찰은 “구체적인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향후 수사는 이 대표의 범행 관여 여부를 따지는 쪽으로 나갈 공산이 크다.
지난 9일 집행된 정 실장의 압수수색영장에는 이 대표와 정 실장 사이의 관계가 소상히 서술됐다. 정 실장이 성남지역 시민단체에서 활동할 때 이 대표와 알게 된 과정과 이 대표의 선거운동을 수차례 도왔던 사실 등을 종합해 검찰은 두 사람이 정치적 공동체였다고 규정했다.
법률용어가 아닌 ‘공동체’라는 단어는 ‘공모’라는 법리적 표현으로 나아가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고 여러 법조인은 풀이한다. 사회통념상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 경우’ 비공무원이 받은 뇌물도 공무원이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뇌물 사건 수사에서 주요 인사들의 공동체 형성 여부가 쟁점이 될 때가 있는데, 이는 이러한 대법원 입장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얘기다. 국정농단 사건 때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 관계에 대해 검찰이 쓴 ‘경제적 공동체’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공동체는 법률적 개념은 아니다. 뇌물 사건에서 등장인물들의 공모 관계를 직관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검찰의 정치적 공동체 규정이 곧 공모 관계 성립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국정농단 사건에서도 오랜 친분을 쌓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의사 합치를 이뤘고 역할을 분담했다는 점이 입증돼 수뢰 혐의가 인정된 것이지, 법원과 특검 모두 경제적 공동체 개념을 쟁점으로 다루진 않았다.
정치적 공동체 외에도 압수수색영장에는 위례사업자 사전 내정 관련 혐의 및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란 표현이 나오는 뇌물 약정 혐의 등 이 대표와 관련성을 따져봐야 할 대목이 여럿 등장한다. 앞서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기소된 성남시 공무원의 공소장에는 ‘이재명, 정진상 등과 공모했다’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정 실장 신병 확보 여부는 이 대표의 공모 관계를 규명하는 단계까지 수사가 진척되기 위한 1차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관련자들의 공소장과 영장 내용 등을 종합하면 이 대표 수사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