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을 재수사하는 검찰이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1억4000만원 뇌물수수 등 4개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날 14시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검찰은 정 실장이 청사를 나간 지 약 12시간 만에 신병 확보 절차에 돌입했다.
정 실장 구속 여부는 18일 서울중앙지법 김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된다. 정 실장 구속 여부는 이 대표로 향해 가는 검찰 수사의 중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조사 과정에서 줄곧 혐의를 부인한 정 실장의 태도, 증거인멸 우려 등을 감안해 구속 수사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 측은 전날 중앙지검 내 다른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대질신문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사팀은 정 실장이 혐의 자체를 ‘소설’이라고 규정한 상황에서 구체적 진술의 일치 여부를 대조 및 비교하기 위한 대질 조사는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정 실장은 2013~2020년 성남시 정책비서관 및 경기도 정책실장으로 일하며 부동산 민간사업자 남욱 변호사 등으로부터 대장동·위례신도시 사업 특혜 등 명목으로 6차례 모두 1억4000만원을 챙긴 혐의(특가법상 뇌물)를 받고 있다. 남 변호사에게 위례신도시 사업 비공개 정보를 제공해 210억원 상당의 수익을 얻게 한 혐의(부패방지법 위반), 대장동 배당 이익 중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지분 24.5%(약 428억원)를 김용(구속 기소) 민주연구원 부원장 및 유 전 본부장과 나눠 갖기로 약속(부정처사후수뢰)한 혐의도 있다. 지난해 9월 검찰 압수수색 직전 유 전 본부장에게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지도록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영장에 담겼다.
검찰은 정 실장 신병을 확보할 경우 구속 기간(최장 20일) 이내 4개 혐의와 관련한 이 대표 연루 여부를 규명할 방침이다. 정 실장 구속 수사 필요성을 법원이 인정한다면 검찰은 대장동 일당과 성남시 윗선 간 유착 관계를 밝히는 동력을 확보해 이 대표 수사로 나아갈 수 있다. 반면 혐의 소명 부족 등의 사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된다면 야당 대표를 겨냥한 무리한 수사라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정 실장 측은 검찰이 유 전 본부장 진술에만 의존한 채 물증도 없이 수사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만배씨도 자신의 대장동 지분(24.5%)을 정 실장과 김 부원장 등에게 나눠주기로 했다는 말은 허언이었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허술하기 짝이 없는 가공의 사건을 조작하지 말고, 진실과 증거로 말하라”고 검찰에 공세를 폈다. 검찰은 객관적 증거 확보와 법리 검토를 거듭했다며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