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정국’ 주도권 쥐려는 野… ‘정부 책임론’ 띄우며 여론전

입력 2022-11-17 04:0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이 주최한 ‘이태원 참사의 국가책임과 재난안전대책’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한 뒤 토론장을 나서고 있다. 이한결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이슈를 부각시키며 정국 주도권을 계속 쥐고 가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참사 관련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는 토론회를 열어 공세를 펼치는 한편, 참사 국정조사를 추진하기 위해 김진표 국회의장 압박에도 나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6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재난대책수립TF 단장까지 맡았다고 한다”며 “희생자와 피해자 그리고 유족들을 우롱하는 행위다. 국민과 끝까지 한번 싸워보겠다는 이런 태도로 읽힌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희생자 유족들은 정부의 의도적인 방치, 유족 간 분리 시도로 극심한 고립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며 “절절한 유족들의 호소에 정치가 응답해야 하는데 성역 없는 국정조사, 특검만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다음 주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채택해야 하므로 국회의장은 조속히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며 “의장이 (야당) 원내대표들과의 협의 절차를 마친 만큼 이번 주 중 시한을 정해 교섭단체 대표들에게 국정조사특위 명단 제출을 공식 요청해 달라”고 김 의장에게 요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도 이제라도 진실을 규명하는 국정조사에 동참하라”며 여당도 압박했다.

민주당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은 17일 김 의장을 찾아가 국정조사특위 구성을 촉구할 예정이다. 박 원내대표가 정의당·기본소득당 원내대표와 함께 15일 김 의장을 찾은 데 이어 중진의원들이 의장 압박에 나서는 것이다.

민주당 이태원참사대책본부와 민주연구원은 16일 ‘이태원 참사의 국가책임과 재난안전대책’ 토론회를 열고 정부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이 대표는 토론회에서 “참사가 후진국형 안전관리의 부재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라며 “경찰의 기본적 소임만 다했더라도 결코 발생할 수 없었던 사건”이라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유종성 가천대 교수는 “이 장관이 참사 관련 회의에는 불참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분향소 조문 행렬에 함께한 것은 주무 부처 장관의 책임을 망각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사과와 이 장관 파면을 촉구했다. 다만 유 교수는 “민주당 의원들이 벌써 정권 퇴진 운동에 참석한다고 한다. 정쟁, 정치적으로 몰고 간다는 인상을 준다”며 민주당에 신중한 대응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참사 관련 이슈에 집중하는 것은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에 대한 맞불 성격이 강하다. 참사에 관한 정부 책임론은 정부·여당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 퇴진을 언급하는 당내 강경파에 대해선 선을 긋는 분위기다. 지도부 관계자는 “진행 중인 서명운동보다 투쟁 수위를 높이자는 건 개별 의원들의 의견이고 당 차원의 주장은 아니다”며 “지금은 여론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