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종료아동(자립준비청년)에게 시설은 때가 되면 벗어나야 하는 울타리이지만 울타리 밖 현실은 더욱 차갑다. 먼저 사회에 나온 보호종료아동 선배들 중에는 자신들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후배들을 살피는 이들이 있다.
2018년 설립된 ‘브라더스 키퍼’ 역시 이런 선배들의 마음이 모아진 곳 중 하나다. 브라더스키퍼는 보호종료아동 출신을 우선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이곳은 건물 실내의 한쪽 벽면을 공기정화 식물로 가득 채우는 ‘벽면 녹화’ 분야 사업을 운영한다. 사명에서 알 수 있듯 이 회사는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고용창출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 순수익의 약 70~80%는 보호종료아동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이들이 직접 수익을 내고, 그 수익을 다른 보호종료아동 자립을 돕는 데 쓰는 선순환 구조다.
김성민(37) 브라더스키퍼 대표도 보호종료아동 출신이다. 유년시절을 가정이 아닌 보육원에서 보냈다. 그도 시설을 나온 후 한동안 막막했다. 다행히 퇴소 후 약 7년간 비영리단체에서 일할 수 있었다. 보호종료아동 후원 관련 업무였다.
넉넉하지 않아도 후원을 하면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후원이 끊긴 아이들의 삶은 다시 흔들렸다. 이 과정을 지켜본 김 대표는 단순히 물질적인 지원이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대로 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사회적 기업을 구상했다.
마침 조경업체에서 일하던 한 보호종료아동이 “매일 식물을 대하며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말한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만 해도 ‘반려 식물’이라는 개념은 생소했던 때였다. 브라더스키퍼는 직원 채용 시 보호종료아동을 우대한다. 김 대표는 16일 “보육원에서 지낸 시간을 단순히 버려진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단체생활을 하며 겪은 ‘역경’의 시간이 아이들에게 ‘경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를 포함해 10명의 직원 가운데 8명이 보호종료아동 출신이다. 이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도 연매출 규모를 10억원 수준으로 성장시켰다.
내년 목표는 전국에 10개 지점을 내고, 정직원 100명을 두는 것이다. ‘식물 카페’도 운영할 예정이다. 카페는 식물을 직접 판매하기도 하지만 보호종료아동이 만드는 빵이나 다양한 상품을 유통하는 창구도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각 지역에서 퇴소한 보호종료아동을 해당 지역에서 고용하는 모델 구축을 목표로 삼는다.
2018년 설립된 고아권익연대도 든든한 멘토를 자처한다. 보육원 출신인 조윤환(43) 대표가 친부모를 찾는 과정에서 정부 기관을 상대하며 당사자 단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조 대표는 주로 제도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고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연대는 고아와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영역을 가리지 않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보육원 내 문제는 물론이고 보육원 퇴소 이후 자립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듣고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서는 식이다. 상담 결과에 따라 긴급의료비나 긴급생활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조 대표는 “생활이 너무 막막할 때 한 번쯤 연락해 기댈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체 홈페이지 첫 화면에선 ‘자립 정착금 미지급 사례 제보’를 안내한다. 시설을 퇴소하면 지방자치단체를 통해서 500만원 정도의 자립정착금이 지급되는데, 시설에서 이를 제대로 안내하지 않거나 중간에 가로채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례가 접수되면 연대가 해당 보육원과 지자체에 연락해 미지급 경위를 확인하고 후속 조치를 요구한다.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대신 싸워줄 수 있는 가족인 셈이다.
조 대표는 “보호종료아동의 부모는 국가라는 생각으로 아이들이 진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찾겠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