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창시된 월드와이드웹(WWW)이 공짜로 보급될 때만 해도 인터넷은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를 침략하기 이전 인디언 부족 마을 같은 세상이었다. 웹이 링크를 통한 단순 노드로만 구성돼 누리꾼들은 자신들만의 데이터를 ‘소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새 하나둘씩 생겨난 빅테크 기업에 데이터가 넘어 가기 시작했다. 구글 페이스북 이베이 등은 소셜네트워킹 플랫폼, 검색창 및 옥션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는 대가로 우리의 모든 웹 활동을 가져다 분석했다. 온갖 문자 대화와 검색·구매행위는 개인별 맞춤형 정보로 가공돼 광고로 돌아왔다. 유발 하라리는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진짜 사업은 광고를 파는 게 아니라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라고 했다. 나중에 보통 사람이 자신의 데이터 흐름을 막으려 한다면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려는 끔찍한 현실이 됐다. 구글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스마트폰 등에 탑재된 검색엔진으로 사용자 위치 정보를 몰래 추적해오다 최근 미국 40개 주에서 소송을 당해 5000억원이 넘는 돈을 토해낸 사건은 사상 최대 집단 소송 사건으로 기록됐다. 2012년엔 페이스북이 약 70만명의 사용자들을 상대로 비밀리에 심리학적 실험을 수행했다가 들통이 나기도 했다.
빅테크의 데이터 지배는 반작용을 불렀다. 그 선봉에 선 이가 바로 WWW 창시자인 영국 물리학자 팀 버너스리로 2016년 오픈소스 앱 ‘솔리드 프로젝트’를 개발했다. 솔리드(Solid·social linked data)는 개인 온라인 저장소에 원하는 데이터를 저장해 완전히 탈중심화되고 사용자만 통제할 수 있게 돼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이 데이터를 이용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버너스리가 최근 한국을 방문해 16번째 서울평화상을 받았다. 인터넷의 보편적 접근을 가능하게 하고 데이터 주권 확보를 위한 평화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공로가 인정됐다. 서울평화상 수상이 빅테크를 상대로 한 데이터 주권 전쟁 승리의 전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이동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