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처음으로 대면 회동했다.
윤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우리 정부의 외교 목표는 동아시아와 국제사회의 자유·평화·번영을 추구하고 기여해 나가는 것”이라며 “그 수단과 방식은 보편적 가치와 국제 규범에 기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유·평화·번영을 3대 비전으로 하는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시 주석 앞에서 드러낸 것이다.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은 침체된 양국 경제협력과 민간 교류를 다시 활성화시키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중국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상호 존중과 호혜에 기반한 성숙한 한·중 관계를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경제·인적 교류를 포함해 한반도 및 역내 평화와 안정, 나아가 기후변화, 에너지 안보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함께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인적·문화 교류에 개방적 자세를 갖고 있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소통이 이뤄지도록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시 주석은 윤 대통령이 제안한 양국 고위급 대화의 활성화에 공감을 표하면서 양국 간 1.5트랙(반관반민) 대화체제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두 정상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의 조속한 마무리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시 주석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다시 한번 조의를 표하며 유가족, 부상자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보낸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와 한·미의 밀착 움직임을 견제하는 발언도 내놨다.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회담에서 시 주석은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전과 안정, 원활한 흐름을 보장해야 한다”며 “경제협력을 정치화하고 범안보화(안보와 경제를 자의적으로 연계)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반도체 등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행보에 한국이 동참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이 모두발언에서 언급한 ‘진정한 다자주의’도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비판할 때 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다만 한국 입장에서는 14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중이 관계 회복과 갈등 관리 필요성에 공감한 데 이어 곧바로 한·중 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한숨을 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미국 쪽으로 기울었던 정치적 부담을 일정 부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한·미·일 3각 안보협력 강화 움직임 속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불발되고 미·중 간 긴장이 더욱 고조되는 최악의 순간은 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헌 기자, 발리=문동성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