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최근 북한이 전례 없는 빈도로 도발을 지속하며 핵·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인접국으로서 중국이 더욱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윤석열정부의 대북 정책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의 의향이 관건”이라며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담대한 구상이 잘 이행되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취임한 윤 대통령이 시 주석과 공식회담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 3월 25일 시 주석과 25분간 첫 전화통화를 한 바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지난달 중국 공산당대회에서 시 주석이 3연임을 확정한 이후 이번 회담이 열려 더욱 관심을 끌었다.
발리의 한 호텔에서 25분간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여전히 상당하다는 점을 거론하며 한반도 정세 안정과 북한 비핵화에 중국이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기대한다는 뜻을 시 주석에게 전했다. 특히 중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은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에 동참해 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양국이 한반도 문제에 공동이익을 가진다”면서 “평화를 수호해야 하며 한국이 남북 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우리 정부의 외교 목표는 동아시아와 국제사회의 자유·평화·번영을 추구하고 기여해 나가는 것”이라며 “그 수단과 방식은 보편적 가치와 국제 규범에 기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자유·평화·번영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세계가 새로운 격동의 변혁기에 접어들고 국제사회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한 지금 (양국은)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라며 “지역 평화를 유지하고 세계 번영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책임이 있으며 광범위한 이익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국 측과 중·한 관계를 유지 발전시키고 G20 등 다자 간 플랫폼에서의 소통과 협조를 강화하며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어 세계에 더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와 안정성을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측은 회담 후 발표문에선 양국 정상의 북핵 관련 논의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정상회담은 윤 대통령이 시 주석이 머무는 호텔에 직접 찾아가는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회담 성사 사실도 회담 당일에야 발표됐다. 한·중 정상회담은 문재인정부 때인 2019년 12월 23일 이후 2년11개월 만에 열렸다.
시 주석은 윤 대통령이 지난 9월 방한을 초청한 데 대해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국을 방문할 수 없었지만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윤 대통령의 방한 초청에 기쁘게 응할 것”이라며 “상호 편리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발리=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