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1시간 후 경비과장 찾은 용산서장… 돌아온 말은 “씻으러 갔다”

입력 2022-11-16 04:07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현판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찰청 마포청사 입구에 걸려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이태원 참사 발생 1시간여 동안 사고 심각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해 무전으로 상황 공유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국민일보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용산서와 서울경찰청 지휘망 무전 내역을 보면, 이 전 용산경찰서장은 오후 11시12분 처음 용산서 지휘망 무전에 등장했다. 이 전 서장은 무전에서 경비과장을 호출하며 보고를 요구했다.

하지만 경비과장은 답하지 않았고, 다른 직원이 “경비과장은 씻으러 갔다”고 대신 대답했다. 당시 무전 내역에 따르면 용산서 관계자들은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첫 소방 신고가 접수된 지 57분이 지난 시점이다.

용산서 차원의 심폐소생술(CPR) 투입 지시는 오후 11시46분에 이뤄졌다. 경비과장이 오후 11시45분 “CPR을 지원하겠다”고 보고했고, 서장은 1분 뒤에 “현장 투입 경력 CPR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서울경찰청 지휘망 무전 상에서도 이태원 참사 관련 언급은 오후 11시22분 처음 이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오후 8시32분 당일 집회 대응과 관련해 “수고했다”며 현장 경찰관들을 격려한 뒤 이후 지휘망 무전에 등장하지는 않았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