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조차 부를 수 없는 금기’… 정진상, ‘李 수사’의 관문

입력 2022-11-16 00:03 수정 2022-11-16 00:03
취재진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기다리고 있다. 정 실장은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1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이날 검찰에 비공개 소환됐다. 최현규기자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 선거캠프에 있던 지난해 11월 국민일보에 “선거 방해가 극심하다. ‘카더라’ 기사가 나오면 해명을 하다 세월을 다 보내게 된다”고 말했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을 도왔고, 선거 이후엔 유 전 본부장의 공사 복귀를 도왔다는 의혹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본인이 거론되는 의혹 대부분을 누군가의 ‘언론 플레이’라며 억울해 했다.

성남 정가와 공사 사람들 말은 달랐다. 한 전직 공사 간부는 “‘정진상’ 이름 자체가 함부로 부를 수 없는 금기”라며 “그를 통하지 않으면 시장(이 대표)에게 갈 수 없고, 그가 결정하면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20년 이상 이 대표를 보좌한 정 실장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도 비교할 수 없는 이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를 둘러싼 그간의 유착 의혹을 감안할 때 검찰 출석은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1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이 보는 정 실장 혐의에는 이 대표의 관련성 여부까지 따져봐야 할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 도전 시절인 2014년 4~6월 남욱 변호사로부터 재선 캠프로 흘러들어왔다는 4억원의 불법 자금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 돈은 일단 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의 정치자금 기부에 해당하지만, 공소시효(7년) 문제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는 의율되지 않았다. 4억원 중 일부인 5000만원이 정 실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적용돼 있다.

다만 이 4억원이 향후 이 대표에 대한 추가 수사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의 요구 여부 및 공통 인식, 대가성 입증 여하에 따라 공소시효가 남은 뇌물로 따질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개발사업과 무관한 사람이 단순히 전달하면 정치자금이지만, 인허가 관계에 있는 이가 전달했다면 뇌물”이라고 했다. 검찰은 남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과 정 실장이 10년 가까이 유착 관계를 유지했다고 보고 있다.

정 실장은 대장동 비리의 판을 바꿔버린 이 대표 측 ‘리턴 자금’ 대목에서도 핵심 인물이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는 배당 이익 중 이 대표 측에 나눠야 할 몫이 있음을 동업자들에게 여러 차례 시사했고, 구체적으로 37.4%, 24.5% 등의 지분율도 제시했다. 검찰은 정 실장 압수수색영장에서 정 실장과 김 부원장 앞으로 매겨졌다는 이 차명지분을 ‘이재명 측 지분’이라고 기재했다. 종전까지 유 전 본부장을 ‘몸통’으로 보던 검찰 시각이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관계를 통해 확인된 내용을 기재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비리에 이 대표가 관여했는지 여부를 진술할 수 있는 인사로도 꼽힌다. 정 실장은 대장동 일당에 비밀을 흘려주고 사업자를 사전 선정했다는 내용으로도 수사를 받고 있는데, 검찰은 이 결정을 정 실장과 이 대표가 함께한 것으로 의심한다. 김씨가 남 변호사에게 “이 시장이 네가 있으면 (대장동) 사업권을 주지 않겠다고 한다”고 언급한 배경도 규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정치생명’이 있는 정 실장이 이 대표와 연결된 부분을 소상히 진술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많다.

이경원 구정하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