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에서 14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합의점은 도출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한의 7차 핵실험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 측이 미·중 정상회담 이후 내놓은 발표문에 ‘북핵’이나 ‘북한’, ‘한반도’ 등의 단어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이후 “중국이 북한을 제어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예고했던 ‘동북아시아 미군 전략 강화’가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북한과 중국이 반발하면서 한반도 주변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15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이후 가진 언론브리핑에서 “시 주석은 회담에서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를 균형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한·미 연합훈련 등에 반발하는 북한의 도발 행위가 ‘합리적 우려’이고, 이 우려를 씻어내기 위한 미국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거론한 것이다. 다만, 중국은 북한을 두둔하면서도 미국을 직접 겨냥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위를 조절했다.
이와 관련해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미가 확장억제 중심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방식에 중국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한·미는 미국 전략자산을 좀 더 정규적인 방식으로 배치하는 문제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괌 미군기지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한·미 연합훈련의 추가·확대 가능성도 있다. 다만, 북한도 미사일 발사 등으로 반발할 것이 불 보듯 뻔해 한반도 ‘안보 리스크’가 극대화되는 위험요소가 있다.
북한이 계속 도발할 경우, 미국이 이를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중국 인근에서 자신들의 전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중국이 미국의 전력 증가를 막기 위해 북한에 모종의 메시지를 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예를 들어, 중국이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기권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북한에 압력을 행사하며 안전판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중 북핵 수석대표는 15일 화상 협의를 갖고 북핵 문제를 논의했다. 류샤오밍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중국의 적극적 역할’ 주문에 “건설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영선 신용일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