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표방하는 온라인 매체 두 곳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유족의 동의를 얻지 않은 일방적인 행위였다. 이들은 ‘이름을 알아야 진정으로 애도할 수 있다’는 해괴한 논리를 폈는데, 유족들의 항의가 이어져 공개한 명단에서 일부를 뒤늦게 삭제하는 소동을 벌였다. 진정한 애도는커녕 유족에게 상처를 안기는 2차 가해가 됐다. 이들의 행태는 추모도, 저널리즘도 아니었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심정이 어떨지 헤아리지도 않고 가족의 정보를 공개해버리는 행위가 어떻게 추모이고 저널리즘의 사명일 수 있나. 그들은 정치를 했다. 비극적인 죽음을 악용하는 ‘참사의 정치화’의 악랄한 버전이 저널리즘의 허울을 쓰고 자행됐다.
진보 성향이 짙은 두 매체는 더불어민주당과 가깝다는 시선을 받고 있다. 하나는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꺼낼 때 ‘협업’했다고 말한 곳이고, 다른 하나는 유시민씨 등 친민주당 인사들이 필진으로 참여해 만들었다고 한다. 희생자 명단 공개를 외쳐온 민주당의 주장을 이들이 대행한 셈이 됐다. ‘이름도 모르고 무슨 추모를 하느냐’는 이재명 대표의 논리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명단을 확보해 공개하자’던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제안이 그대로 실행됐다. 동의 없는 명단 공개의 법적 문제가 여러 차례 지적됐는데도 괘념치 않고 강행한 배경은 정치적 의도가 아니고는 설명되지 않는다. 명단 공개 이후 비판 여론이 일자 민주당은 흔한 논평 하나 내지 않았다. 저들과 협업한 것이 아니라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명단이 공개되자 한 유족은 이렇게 말했다. “아직 주위에 알리지도 못했습니다. 입이 안 떨어져서요. 그런 이름을 이렇게 남이 마음대로 올리는 게 말이 됩니까?” 유튜브에서 ‘마음대로’ 명단을 공개하던 매체는 방송 도중 이태원 참사 관련 화면을 배경 스크린에 걸어둔 채 “광고”라면서 갑자기 스튜디오에서 ‘떡볶이 먹방’을 했다. 그것을 바라보는 유족의 심정이 어땠을지 가늠키 어렵다. 155명 명단은 불법적인 경로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