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당번 빠졌다며… 고교생 ‘엎드려뻗쳐’ 논란

입력 2022-11-16 04:05
강원도의 한 고교에서 학생 30여명이 지난 7일 얼차려를 받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강원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사에 의해 단체로 얼차려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한 고교 본관 앞에서 학생 30여명이 ‘엎드려뻗쳐’ 얼차려를 받았다. 이들은 1~2학년생들로 급식 봉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교사로부터 얼차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은 일부 학생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학생들은 사진을 올리며 교사의 체벌을 ‘똥군기’라고 비판했다. 일부 학생은 강원도교육청 국민신문고에 고발했다.

학교 측은 담당 교사가 1분 정도 엎드려뻗쳐를 시킨 후 일어나도록 했다고 밝혔다. 반면 학생들은 체벌이 10분가량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교사는 학생들이 급식 봉사활동에 7명만 참여해 얼차려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의 한 학생은 “학교 분위기가 강압적이고 학생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며 “학교 분위기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학교 측은 11일 이 교사를 시청에 아동학대(아동복지법) 혐의로 신고했다. 경찰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사진을 찍어 신고하면서 실제보다 확대된 측면이 있다”며 “담당 교사는 말로 해도 될 것을 행동으로 보인 데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좋은 취지라도 얼차려 자체가 일어나면 안 된다. 아동복지법에도 정서적 신체적 학대를 금지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면 징계위원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교 체벌은 2011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금지됐다. 시행령은 학교의 장은 지도할 때 훈육·훈계 등 방법으로 하되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해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교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 학교 교장은 “선생님들의 교권이 많이 실추됐다”며 “학교가 들어줄 부분도 많은데 조그만 일까지 신문고에 알려 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교사는 “이번 일이 커지면서 앞으로 교사들이 학생들을 방치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