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6일 이란 테헤란의 한 경찰서에서 22세 여성 마사 아미니가 숨졌다. 히잡을 머리카락이 보이게 착용했다는 혐의로 도덕경찰(morality police)에 체포된 지 3일 만이었다. 경찰은 조사받던 중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졌다고 발표했지만 호송되는 과정에서 몽둥이로 머리를 맞았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즉각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일어났다. 2022년 이란 히잡 시위의 시작이었다.
1979년 팔레비 왕조가 붕괴된 뒤 이란은 이슬람 근본주의에 입각한 공화정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말이 공화정이지 실상은 종교 지도자가 입법·사법·행정부의 모든 권한과 군대를 장악한 신정일치 체제다. 이슬람 율법을 엄격하게 적용한 형법에 따라 간통은 투석형, 동성애는 교수형에 처한다. 2005년 설립된 도덕경찰은 복장을 감시한다. 가족이 아닌 남자 앞에서는 머릿수건을 쓰라는 이슬람 경전에 따라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을 체포한다. 순찰대의 거리 단속은 물론이고 대학교, 영화관, 카페 등의 CCTV 영상을 받아 분석한다. 적발된 여성은 대부분 벌금을 내고 풀려나지만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 심지어 2개월의 징역형 또는 74회의 태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아미니의 죽음으로 촉발된 히잡 시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시위 참가자가 벌써 300명이 넘었고 1만5000여명이 체포됐다. 지난 13일 법원이 체포된 시위 참가자에게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한 뒤에는 공포마저 확산되고 있다. 외신은 수천명이 재판에 회부됐고, 사형 선고가 예상되는 사람만 수백명에 달한다고 전한다. 서방의 오랜 제재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란에서는 매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반복되고 있다. 2019년 휘발유 값이 갑자기 50% 인상되면서 촉발된 시위는 ‘피의 11월’이라는 군의 무자비한 총격 사건으로 끝났다. 미국 국무부는 2019년에만 1500여명이 숨졌다고 추정했다. 이번 히잡 시위도 그렇게 끝날지 모른다. 무서운 일이다.
고승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