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로열티 수익에도… 손정의의 ARM 상장 불투명

입력 2022-11-16 04:02
AP뉴시스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이 올해 3분기에 사상 최대 규모의 로열티 수익을 거두며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공동인수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이나 상장 등의 미래를 둘러싼 전망은 밝지 못하다.

소프트뱅크가 대주주로 있는 ARM은 올해 3분기 로열티 매출이 4억6300만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반면 라이선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감소한 1억9300만 달러에 그쳤다. 3분기 전체 매출은 16% 줄어든 6억5600만 달러였다.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전체 매출은 다소 주춤했지만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등에서 역대 최고의 로열티 수익을 올린 것이 영향을 끼쳤다. ARM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도입으로 자동차 분야에서 점차 고급 컴퓨팅이 추진되고 있다. 또 IoT 개발을 단순화 및 가속화하는 솔루션에 대한 수요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정의(사진)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 11일 소프트뱅크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소프트뱅크 일선 경영에서 손을 떼고 ARM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손 회장은 “향후 5년간 ARM의 폭발적인 성장을 위한 다음 단계에 헌신하고 싶다. (소프트뱅크의) 일상적인 경영은 다른 경영자에게 맡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ARM이 내 에너지·행복·설렘의 원천”이라며 “ARM의 새로운 사업 기회를 생각하겠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이 ARM에 집중하려는 것은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큰 손실을 본 것과 연관이 있다는 게 시장의 해석이다. 소프트뱅크는 3분기에 순이익 3조336억엔을 거두면서 2개 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알리바바 그룹 지분 매각에 따른 일회성 수익(5조3716억엔)이 들어와 생긴 착시효과일 뿐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기간에 비전펀드는 72억 달러의 손해를 기록했다. 소프트뱅크는 가상화폐거래소 FTX에도 투자를 해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정확한 손해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손 회장 입장에서 ARM은 최후의 보루다. 그런데 ARM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엔비디아로의 매각이 불발된 이후 손 회장은 ARM을 뉴욕 주식시장에 상장한다는 계획을 내놨었다.

그러나 현재로선 ARM의 성공적 상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경기침체로 시장에 자금이 마르고 있고, 신규 상장이나 투자 유치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FT는 “ARM의 재무성과는 견고하지만, 주식시장은 내년 상반기에도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ARM을 인수하려는 움직임도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공동인수에 적극적이었던 SK하이닉스는 최근 공시를 통해 “ARM 공동인수와 관련해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기대를 모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손 회장의 만남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인텔, 퀄컴 등도 상황을 관망 중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