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가 경기침체 직격탄을 맞으면서 고용시장이 얼어붙었다. 메타, 구글 등의 글로벌 빅테크들이 실적 악화로 인력 감축 카드를 꺼낸 데 이어 국내에서도 채용 규모 축소, 신규 고용 중단 등의 ‘채용 프리징’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언택트(비대면)가 ‘대세’로 자리 잡으며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었지만, 이제는 잔치를 끝내고 깊은 골짜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15일 IT업계에 따르면 국내 빅테크 기업들은 채용 속도 조절에 돌입했다. 인건비 부담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는 네카오(네이버+카카오)가 주도를 하고 있다. 두 회사는 올해 1~3분기 인건비로만 2조5000억원대 금액을 지출했다. 네이버의 올해 3분기 인건비는 4335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3680억원)보다 17.8% 늘었다. 카카오의 경우 3분기 인건비(4262억원)가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카카오의 직원 수는 3분기 기준 35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었다. 종속회사를 전부 포함한 직원 수는 1만2178명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20.5% 증가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언택트 훈풍’을 타고 2년간 유례없는 성장을 누렸다. 호황은 개발자 채용 경쟁으로 이어졌다. IT기업들은 ‘개발자 모시기’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연봉, 주식 보상 등을 크게 늘렸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2020년 2조원 수준이었던 합산 인건비가 지난해 2조9600억원으로 커졌다.
그러나 엔데믹이 찾아오면서 ‘부메랑’이 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수요 둔화와 경기침체 흐름이 나타나면서 매출 성장세는 주춤해졌다. 이미 채용한 인력을 관리하는 것만으로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올해 3분기까지 합산 매출은 11조2800억원대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2% 뛰었다. 다만 인건비 증가 속도(26.3%)를 따라잡지 못했다.
매출 증가세보다 인건비 부담이 더 높아지면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연봉 상승분을 축소하는 등의 ‘채용 프리징’에 들어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배재현 카카오 부사장은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채용 속도의 둔화 노력을 하고 있다” “채용 속도를 조절 중이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1100명에서 올해 500~700명 규모로 줄여 채용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도 지난해 세 자릿수 그룹 공채 대신 인력이 필요한 일부 계열사만 두 자릿수 공채를 진행했다.
중소 IT기업의 경우 사정이 더 나쁘다. 아예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혹독한 ‘반작용’을 겪고 있다. 배달대행 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업황 악화로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지난달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고 100여명이 회사를 나가게 됐다고 한다. 멘탈케어 솔루션 트로스트 운영사 휴마트컴퍼니도 최근 직원을 30%가량 줄였다. 물류스타트업 두핸즈도 개발자를 포함해 본사 임직원 중 50% 이상에 권고사직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IT기업의 개발자는 “호황기에는 어느 IT기업이든 무리를 해서라도 인력 채용에 나섰는데, 이제는 줄이거나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성장이 가팔랐던 만큼 부정적인 상황이 장기화할 것 같아 ‘이 상황에서 기업이 버티면 다행’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개발자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