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은 특별관리” 강조하며 김만배에 “돈 달라” 압박

입력 2022-11-15 00:04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김용(구속 기소)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제20대 대선 경선을 위한 조직 구축 작업에 들어간 2020년 9월 무렵부터 ‘대장동 일당’을 압박해 ‘실탄’을 마련하려 한 것으로 의심한다. 이 시기 전후 이 대표 및 선거캠프 관계자들의 행적은 김 부원장에게 전달된 수억대 자금의 용처 파악에도 주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검찰은 본다.

1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표는 경기지사 시절인 지난해 1월 광주 지역에서 그를 지지하던 ‘희망사다리포럼’이 공식 출범한 지 사흘 만에 광주를 방문해 지역 원로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의 광주 지지 조직은 희망사다리포럼을 시작으로 같은 해 2월 ‘희망22포럼’, 3월 ‘공정사다리포럼’ 등 1개월 간격으로 3개가 조직됐다.

검찰은 2020년 7월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된 뒤의 ‘경선 캠프 조직화 방안’ 수립, 광역별 조직 구성 등 일련의 과정을 면밀히 파악해 왔다. 호남 지역 기선 제압을 위한 이 대표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간 경쟁 구도가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 대한 김 부원장 등의 자금 요구 배경이 됐을 가능성을 보는 것이다. 검찰은 당시 김 부원장 등이 호남을 특별관리 지역으로 집중 공략한다는 방침을 세운 점, 경선 전략으로 ‘사람·비용·공간’ 등 3요소를 제시했다는 점을 김 부원장의 공소장에 적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부원장과 정 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약속했던 대장동 개발 이익 분배를 통한 자금 충당 방안을 염두에 뒀고,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김씨에게 약정한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그런데 김씨가 자금을 대지 않자 이 대표 측근들은 “돈이 나올 곳은 남욱 변호사밖에 없다”고 결론 내렸다는 게 검찰이 보는 구도다. 검찰은 이후 지난해 4~8월 김 부원장에게 8억4700만원이 전달됐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가 이 돈이 불법자금이라는 점을 인지했는지, 대장동 일당으로부터의 자금 조달 필요성에 공감했는지 등을 규명하는 게 향후 수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광주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발족한 이 대표 지지 모임들을 대상으로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원장 공소장에는 ‘기본소득운동본부’ ‘대동세상연구회’ ‘민주평화광장’ ‘공명포럼’ 등이 올라 있다.

한편 검찰은 정 실장을 15일 뇌물 혐의 등을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정 실장은 2013~2020년 성남시 정책비서관과 경기도 정책실장을 지내면서 위례·대장동 민간사업자로부터 각종 청탁 명목으로 1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을 받는다. 앞선 정 실장의 압수수색영장에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한 2014년 지방선거 직전에 대장동 민간업자로부터 선거캠프로 4억원이 흘러들어간 정황도 기재됐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