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퇴 압박 없었다’는 민주평통 분과위원장들 전화받고 사직

입력 2022-11-15 04:06
석동현 신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지난달 14일 취임사에서 “새 대통령님의 국정철학과 통일정책, 대북정책 등 기조에 충실하게 따르고 또 그 자문에 응할 수 있는 분들로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을 재편해서 민주평통이 새 정부가 추구하는 자유의 가치와 평화통일 정책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노력해야 하겠다”고 공개 발언 해 현 정부의 코드에 맞는 인사 ‘물갈이’를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민주평통 유튜브 공식 채널 캡처

신임 사무처장의 이른바 ‘인사 물갈이’ 논란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오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가 최근 분과위원장 9명 전원에게 전화로 사직 의사를 물었던 사실이 14일 확인됐다.

특히 사직 의사를 묻는 전화를 받은 9명 중 4명은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사퇴 압박’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들 9명 분과위원장 모두 문재인정부 시절이었던 지난해 9월 1일 임명됐다. 분과위원장 임기는 2년이며 무보수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통은 통일 관련 국민 여론을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평화통일 정책 수립에 관여하며, 대통령에 자문에 응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같은 민주평통이 정부 입맛에만 맞는 인사들로 꾸려질 경우 제 기능을 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 색깔에 맞는 인사들로만 구성되면 왜곡된 여론이 대통령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민주평통은 논란이 일고 있는 통화에 대해 “분과위원장들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안내 차원이었고, 사퇴 압박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번 논란은 신임 석동현 사무처장이 지난달 14일 취임사에서 “새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맞게 자문위원을 재편하겠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면서 촉발됐다.

A 전 민주평통 분과위원장은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평통 사무처 직원으로부터 ‘사직서를 받겠다’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면서 “‘나가라’는 의미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A 전 위원장은 이어 “국민 여론을 전체적으로 수렴해야 하는 사회통합기구인 민주평통이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는 같이 가지 않고, 자기 코드에 맞는 사람들만 쓰겠다는 얘기”라며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민주평통 사무처가 전화로 사퇴 의사를 물어본 시점은 지난달 31일로 확인됐다. 석 사무처장이 취임한 지 약 2주 뒤다.

이번에 사퇴한 B 전 위원장은 통화에서 “‘너 관둬라’고 얘기한 건 아니지만, ‘계속 (위원장을) 하실 수 있는 거냐’는 식으로 묻길래 ‘그럼 내가 관두겠다’고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평통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윤석열정부로 교체되고 나서 위원장들로부터 ‘우리가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건의가 먼저 들어왔었고, 그런 의견을 수렴해 새 사무처장으로 바뀐 것을 계기로 확인차 통화를 건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본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표를 내라고 할 수는 없다”며 “자신들의 판단과 선택으로 사퇴 결정을 내린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