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외식기업 전한이 운영 중인 음식점 브랜드 ‘강강술래’ 일부 지점에서는 매일 오전 10시30분쯤이면 진풍경이 펼쳐진다. 지점 직원들과 서빙 로봇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조회를 하는 일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상이 됐다. 김민재(44) 전한 경영기획실 상무는 “10개 지점 중 5곳에 서빙 로봇을 도입했는데 매일 아침 함께 조회를 한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홀 서비스 업무를 할 인력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서빙 로봇이 크게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서비스업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서빙 로봇에 눈을 돌렸다는 설명이다. 서빙 로봇이 밑반찬 등 음식을 운반해주는 일만 해도 고기를 굽는 홀 서비스 인력의 업무 부담은 한결 줄어들게 된다. 김 상무는 “한계는 있지만 로봇 4~5대의 월 대여료가 1인 인건비 정도로 저렴해서 도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전 대청호 인근에 위치한 브런치 카페 ‘팡시온’은 10년간 쌓아 둔 매출 기록이 인력 수급난 해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고 한다. 계절에 따라 다른 매출 추이를 감안해 실적이 높은 시기를 앞두고는 인력 수급에 공을 더 들인다. 코로나19 이후 인력난이 심화한 상태에서도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성주한(48) 팡시온 대표는 “미리 고민한 덕분에 주변 식당들보다는 상황이 조금이나마 더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외식업계 인력난이 심각해지면서 식당마다 자구책 마련에 여념이 없다. 서빙 로봇이나 태블릿을 활용한 테이블 주문 시스템 도입 등 새로운 기술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인력난 속에 영업을 계속할 방법을 찾기 위한 방안이지만 한계가 있다. 한 예로 서빙 로봇의 경우 규모가 작은 식당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복도 폭도 중요하다. 김 상무는 “복도 폭이 2m 정도는 돼야 서빙 로봇이 제 기능을 하기 때문에 전 매장에 도입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식당에서는 이런 기술을 활용한 방안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예 구인을 포기하고 가족이 요리·서빙 등 모든 일을 다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433만6000명으로 2008년 8월(455만8000명)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에는 외식업 종사자가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게 외식업계 설명이다. 김대권 한국외식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14일 “작은 식당은 양파 깔 사람도, 서빙해 줄 사람도 구할 수가 없어서 그냥 점주 혼자서 일을 다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했다.
외식업계 인력난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는 소비자에게 미치는 파장 때문이다. 적은 인력으로 사람이 몰리는 식사 시간에 영업을 하다 보면 위생을 소홀히 하기 쉽다. 서비스가 부실해지는 것도 소비자가 감내해야 한다. 그렇다고 서비스 인력 임금을 더 많이 주고 고용하기도 쉽지 않다. 임금 상승은 결국 음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꼬인 서비스 인력 문제의 실타래를 풀려면 외국인 인력 수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게 외식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중·저숙련 직업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이주민의 시민권 취득을 적극 장려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