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 정기 예금 금리가 연 5% 선을 돌파했다. 6%대 중반까지 치솟은 저축은행권 예금 금리는 조만간 7%를 넘을 전망이다. 여윳돈이 있는 가계에는 큰 보탬이 되겠지만 은행권 수신 금리 상승은 결국 대출 금리를 밀어 올려 빚 상환 부담을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지나친 수신 금리 인상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NH 올원 e예금’ 1년 만기 상품에 연 5.1%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같은 날 KB국민은행도 ‘KB 스타 정기 예금’ 1년 만기 상품 금리를 연 5.01%로 올렸다. 우리은행은 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적용 금리가 매일 바뀌는 ‘우리 WON 플러스 예금’ 1년 만기 상품 금리를 전날 연 5.18%로 올렸다가 이날 다시 4.98%로 내렸다.
정기 예금 금리가 연 5%대 중반에 접어든 저축은행권은 비상이 걸렸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1년 만기 정기 예금 평균 금리는 연 5.49%다. 지난 1월 초만 해도 연 2%대 초반에 불과했는데 약 10개월 새 3% 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이다. 최근 한국투자저축은행이 3년 만기에 연 6.67%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 예금 상품을 내놔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권 정기 예금 금리가 연 7% 선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금융권 정기 예금 금리 인상은 주택담보대출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 확대로 이어진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금리 기준으로 삼는데 정기 예금 금리는 이 지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지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9월 코픽스는 3.4%로 전월(2.96%) 대비 0.44% 포인트 상승해 2012년 7월(3.4%)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는 16일 발표되는 지난달 코픽스는 상승 폭이 전월보다 커져 4%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권에 과도한 수신 금리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뜻을 전한 상황이다. 특히 자금 조달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저축은행권 예대율 규제 비율을 향후 6개월간 100%에서 110%로 10% 포인트 완화하기로 했다. 예대율 규제가 100%라면 대출 잔액만큼 정기 예금을 유치해야 한다. 부동산 경기 활황에 힘입어 지난해~올해 초 대출금을 많이 내준 저축은행권이 정기 예금 유치에 혈안이 돼 지나친 고금리 특별 판매 경쟁에 나서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기 예금 금리가 무작정 오르는 것이 능사가 아닌 만큼 저축은행권에서 시작된 수신 금리 인상 경쟁이 금융권 전반으로 퍼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