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공포’ 국내 4대 코인 거래소, 최악은 면했다

입력 2022-11-15 00:03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시세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한때 세계 2위를 기록했던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하며 국내 거래소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예치한 원화나 코인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는 분위기다. 국내 4대 거래소의 재무제표를 보면 아직은 양호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지만 거래수수료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영업방식을 버리지 못하면 장기화되는 불황을 버티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14일 국민일보가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 회사의 실적은 비트코인 가격에 따라 롤러코스터 타듯 변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트코인이 3000만원에 근접하게 치솟았던 2017년에는 4대 거래소 모두가 호실적을 냈다. 하지만 2018년 초 가상자산 시장이 얼어붙자 실적이 바로 곤두박질쳤다. 업비트(1433억원)를 제외한 빗썸(-2055억원) 코빗(-458억원) 코인원(-58억원)이 대규모 적자를 냈다. 이 흐름은 2019년까지 이어지다가 2020년부터 비트코인이 다시 상승세를 타자 4대 거래소 모두 흑자로 전환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기업 실적이 갈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지나치게 변동 폭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업비트의 경우 2020년(477억원)과 2021년(2조2411억원) 순이익 차이가 47배에 달했다. 빗썸은 2017년 5000억원 넘게 순이익을 내던 회사가 1년 만에 2000억원 이상 적자 회사로 돌변했다.

이는 거래수수료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국내 거래소의 영업방식 탓이 크다. 4대 거래소 모두 총매출 대비 수수료 매출 비중이 99%를 넘어선다. 사실상 수수료 장사 외에는 수익원이 없는 것이다. 수수료는 거래액의 총액에 비례해 책정되는 만큼 코인 불황기에는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FTX 사태를 반추해보면 국내 거래소들이 고유 코인을 발행해 사업 기반으로 삼지 않았다는 점은 결과적으로 리스크를 줄였다. FTX가 몰락한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고유 코인 FTT가 창업주 회사 간의 자전거래를 통해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기 때문이다. 테라폼랩스의 고유 코인 루나·테라 가격 하락도 테라폼랩스라는 회사 전체가 무너지게 됐던 요인이었다.

금융당국은 FTX발 충격파가 국내 거래소들에 미칠 가능성에 대비해 규제 강화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4일 국민의힘이 주최한 민·당·정 간담회에서 “이용자 보호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필요한 규제체제를 우선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명순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도 “일련의 사태를 봤을 때 규제 없는 시장은 사상누각이므로 규제 마련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