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행정안전부 지휘부에 업무상 과실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소방공무원노조는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14일 “행안부 장관이 경찰의 상황 조치에 대해 지휘·감독 권한이 있는지 정부조직법과 행안부 장관의 소속 청장 지휘규칙 등 법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행안부 경찰국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로 법리 검토 중”이라고 했다.
특수본은 아직까지 장관을 포함해 행안부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하지는 않았다. 행안부 소속 공무원을 참고인으로 조사한 적도 없다. 관련 법령 등 기초적인 수준의 자료 수집·검토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을 둘러싼 책임 공방은 ‘장관의 입’이 자초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 장관은 지난 7월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치안 업무에 대한 지휘나 필요하다면 감독 업무를 당연히 할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 장관이 경찰에 대한 지휘권이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참사 이후에는 “경찰에 대한 일반적인 지휘·감독권이 없다”고 말해 입장이 바뀐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소방공무원노조는 서울 마포구 특수본 사무실에 이 장관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노조는 “핵심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람은 행안부 장관이나 그 윗선이므로 이들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참사의 정확한 진상규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노조는 특수본이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피의자로 입건하자 ‘꼬리 자르기’라고 반발했었다.
특수본는 조만간 주요 피의자에 대한 소환조사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참사 당일 부실대응 문제와 관련해 이임재 전 용산서장과 서울청 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총경의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을 받는 용산서 정보과장도 곧 소환될 예정이다. 경찰청은 이날 서울청 정보부장도 대기발령 조치됐다. 경무관급 이상 고위직 인사 조치는 처음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