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초석 다진 윤관 전 대법원장 별세

입력 2022-11-15 04:09
윤관 전 대법원장이 14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고인은 김영삼·김대중정부에서 대법원장을 지내면서 사법제도 개혁의 초석을 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은 1999년 9월 22일 대법원장 퇴임식 모습. 연합뉴스

영장실질심사 도입 등으로 사법개혁의 초석을 다진 윤관 전 대법원장이 14일 별세했다. 향년 87세.

1935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난 윤 전 대법원장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62년 광주지법 순천지원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민사지법·형사지법 및 서울고법 부장판사, 청주·전주지법원장 등을 거쳐 1986년 대법관(당시 대법원판사)으로 임명됐다. 제9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지냈고, 김영삼정부 때인 1993년 제12대 대법원장에 취임해 김대중정부 초반인 1999년 퇴임했다.

윤 전 대법원장이 재임했던 6년은 사법제도 격변기로 평가받는다. 윤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취임 첫해 ‘사법제도발전위원회’를 구성했고, 해당 위원회가 초기 사법개혁을 주도했다.

대표적인 성과가 1997년 시행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 제도다. 이전까지는 판사가 수사기록만 보고 피의자 구속 여부를 결정했지만 이 제도 도입으로 피의자 방어권 보장이 한층 강화됐다. 윤 전 대법원장은 “피의자 신병 확보가 어려워진다”는 검찰 반대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서울민사지법과 형사지법을 통합한 서울중앙지법 출범(1995년), 특허법원과 행정법원의 신설(1998년)도 그의 대법원장 시절 이뤄졌다.

사법부 독립 강화를 위해 대법원장실에 걸렸던 대통령 사진을 떼어낸 일화도 전해진다. 청와대에 판사를 파견하거나 정보기관 직원이 법원에 출입하는 일도 막았다. 윤 전 대법원장은 사법부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9년 청조근정훈장, 2015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대법원은 법원장(葬)으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다. 유족은 부인 오현씨와 아들 윤준(광주고법원장) 윤영신(조선일보 논설위원), 남동생 윤전(변호사)씨 등이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