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예금금리가 5%대를 뚫었다. KB국민은행은 14일부터 1년 만기 ‘KB 스타 정기 예금’에 연 5.01% 금리를 적용했다. NH농협은행의 1년짜리 ‘NH올원 2e 예금’은 연 5.1%가 적용됐다. 앞서 전날 우리은행의 12개월 만기 ‘우리 WON 플러스 예금’은 연 5.18%를 기록했다. 그간 지방은행이나 외국계 은행에서 볼 수 있었던 5%대 은행 예금 금리가 전국적 수신 기반을 가진 시중은행에서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고금리와 주식시장 침체 국면에 따른 예금 상품의 인기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신협 등 제2금융권의 연 10%대 특판 적금 유치 경쟁 분위기에 1금융권까지 가세하는 것은 시장 질서를 해칠까 우려스럽다. 아무리 월드컵 홍보성 상품이라 해도 하나은행이 6개월 만기 ‘베스트 11’ 적금에 연 11%를 내세운 것은 파격을 넘어선 과잉 영업이다. 특판 상품가입시 수시입출금 통장 개설 등을 요구하는 곳이 많아 고객들이 보이스피싱용 대포통장처럼 통장을 만들었다 해지하기를 반복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시중은행의 수신 금리 경쟁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저축은행에 금리 인상 압박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초 3%대 후반이었던 1년 만기 저축은행 평균 예금금리가 한 달여 만인 지난 14일 연 5.49%로 1.5% 포인트 이상 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욱이 수신 금리 인상은 대출자에겐 더 큰 부담이 된다. 예·적금 상품은 금리를 계속 올려도 고객이 만기 이전에 갈아타기 쉽지 않은 반면 대출금리는 예·적금 금리 인상분이 제때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는 은행 배를 더 불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지난해 말 이후 9개월간 4대 금융그룹의 이자 이익이 29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도 금리 인상기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만 보기 힘든 이유다. 시중은행들은 수신금리 인상 꼼수를 자제하고 금융시장 건전화에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