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판 ‘위험의 외주화’… 협력사 안전사고 폭증

입력 2022-11-14 04:04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 협력사 2만5000여 곳에서 100명 가까운 산업안전사고 재해 피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해 한수원 직원 가운데 재해를 입은 인원은 10여명에 그쳤다.

13일 한수원의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수원 협력기업 2만5428곳에서 발생한 산업안전사고 재해자는 93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40명)과 2020년(42명) 40명대에 그쳤던 재해자수는 지난해 배 이상 급증했다. 2020년과 지난해에는 사망 사고도 각각 1건씩 발생했다.


반면 지난해 한수원 직원 가운데 재해를 입은 사람은 12명이었다. 2019년과 2020년에도 한수원 소속 재해자는 각각 7명과 5명에 불과했고, 최근 3년 동안 사망자는 없었다. 재해자 규모로 따졌을 때 한수원 협력업체 직원들이 본사 직원에 비해 더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수원은 ‘지난해 안전한 일터 조성에 대한 성과를 창출했다’고 보고서에 명시했다. 한수원은 위험요소 발견 시 직원이 작업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근로자 작업중지제도(safety call)’가 활성화됐다고 자평했다. 또 협력기업 방사선 작업 종사자 1289명을 대상으로 무료 검진을 실시하고, 협력사에 질식예방 장비와 스마트 안전모 등 고가의 안전 물품을 지원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럼에도 협력사 직원 산재가 끊이지 않는 것은 한수원이 소속 직원의 안전과 복지를 신경쓰는 만큼 협력업체를 향한 관심과 지원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원전 사고의 경우 다른 산업 분야 사고와 비교해 위험성이 크고, 자칫하면 대형 피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한수원이 소속 직원 뿐 아니라 협력사 안전대책 마련에도 더욱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수원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2019년 9065만원에서 지난해 9560만원으로 늘었다. 한수원은 지난 한해 동안 직원 1만2340명의 복리후생비로만 265억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업체 한 관계자는 ”한수원이 직원 복리후생 증대만큼 협력사 안전에 신경썼다면 사고 건수가 이토록 급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사 안전은 황주호 한수원 사장의 손에 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황 사장은 지난 8일 주요 협력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한수원과 협력사 모두가 마음을 모아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종사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안전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