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수습 국면에서 국민의힘 내부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한때 2선으로 물러났던 친윤(친윤석열)계가 다시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친윤계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경질 문제·대통령실 수석들의 국회 운영위 퇴장 논란·대통령 전용기의 MBC 기자 배제 논란 등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발을 맞추는 행보를 펼치고 있다.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친윤계와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 차기 당권을 다투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갈등이 폭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국민의힘 내부에서 높다.
국민의힘 분열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는 이 장관 경질 문제다. 안 의원은 지난 11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은 모든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에 대한 인사조치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유 전 의원은 가장 먼저 이 장관 파면을 윤 대통령에 촉구했다.
윤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 이 장관 교체 카드를 꺼내들 경우 국민의힘 내분 양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윤 대통령은 순방 전날인 지난 10일 수석비서관들에게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치적 책임도 따지겠다”고 언급하면서 이 장관 경질 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8일 대통령실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운영위원장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필담 논란’을 빚은 대통령실 김은혜·강승규 두 수석을 퇴장시킨 조치에 대해서도 후폭풍이 여전하다.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퇴장 조치와 관련해 지난 10일 “이렇게까지 하는 게 맞나”라며 “내가 (국민의힘) 의원들이랑 통화했는데, 부글부글하더라”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이어 주 원내대표를 겨냥해 “협치도 좋은데 그렇게까지 해서 우리가 뭘 얻었나”라며 “지금 드러난 것을 보면 좀 걱정된다”고 말했다.
친윤계 재선의원은 “주 원내대표가 정부를 보호하지 못하고, 야당에 너무 끌려다닌다는 비판이 친윤계 내부에서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반대 기류도 만만치 않다. 한 중진의원은 13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운영위 휴회시간에 두 수석이 ‘우리가 퇴장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미리 제시했고, 주 원내대표는 그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재선의원은 “이태원 참사 수습 과정에서 나온 친윤 의원들의 발언은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 것 같다”면서 “민심보다는 대통령을 향한 충성 발언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이번 동남아 순방에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것을 둘러싸고도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과 “MBC는 편파·왜곡 보도를 일삼고 있다”는 옹호론이 충돌했다.
당 지도부는 내부 갈등 수습에 주력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14일 3선 이상 중진의원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이번 간담회는 당초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는 이태원 참사 관련 국정조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목적으로 예정됐지만, 당 내홍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의원은 “이태원 참사 수습과 예산국회 등으로 바쁜 시기에 여당이 집안싸움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가뜩이나 참사로 여론이 안 좋은데 분노하는 민심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민지 구승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