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내부 파열음… 이상민 경질·수석 퇴장 등 ‘균열’

입력 2022-11-14 00:04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한덕수(오른쪽) 국무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이태원 참사’ 수습 국면에서 국민의힘 내부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한때 2선으로 물러났던 친윤(친윤석열)계가 다시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친윤계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경질 문제·대통령실 수석들의 국회 운영위 퇴장 논란·대통령 전용기의 MBC 기자 배제 논란 등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발을 맞추는 행보를 펼치고 있다.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친윤계와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 차기 당권을 다투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갈등이 폭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국민의힘 내부에서 높다.

국민의힘 분열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는 이 장관 경질 문제다. 안 의원은 지난 11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은 모든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에 대한 인사조치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유 전 의원은 가장 먼저 이 장관 파면을 윤 대통령에 촉구했다.

윤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 이 장관 교체 카드를 꺼내들 경우 국민의힘 내분 양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윤 대통령은 순방 전날인 지난 10일 수석비서관들에게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치적 책임도 따지겠다”고 언급하면서 이 장관 경질 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8일 대통령실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운영위원장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필담 논란’을 빚은 대통령실 김은혜·강승규 두 수석을 퇴장시킨 조치에 대해서도 후폭풍이 여전하다.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퇴장 조치와 관련해 지난 10일 “이렇게까지 하는 게 맞나”라며 “내가 (국민의힘) 의원들이랑 통화했는데, 부글부글하더라”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이어 주 원내대표를 겨냥해 “협치도 좋은데 그렇게까지 해서 우리가 뭘 얻었나”라며 “지금 드러난 것을 보면 좀 걱정된다”고 말했다.

친윤계 재선의원은 “주 원내대표가 정부를 보호하지 못하고, 야당에 너무 끌려다닌다는 비판이 친윤계 내부에서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반대 기류도 만만치 않다. 한 중진의원은 13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운영위 휴회시간에 두 수석이 ‘우리가 퇴장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미리 제시했고, 주 원내대표는 그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재선의원은 “이태원 참사 수습 과정에서 나온 친윤 의원들의 발언은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 것 같다”면서 “민심보다는 대통령을 향한 충성 발언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이번 동남아 순방에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것을 둘러싸고도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과 “MBC는 편파·왜곡 보도를 일삼고 있다”는 옹호론이 충돌했다.

당 지도부는 내부 갈등 수습에 주력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14일 3선 이상 중진의원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이번 간담회는 당초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는 이태원 참사 관련 국정조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목적으로 예정됐지만, 당 내홍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의원은 “이태원 참사 수습과 예산국회 등으로 바쁜 시기에 여당이 집안싸움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가뜩이나 참사로 여론이 안 좋은데 분노하는 민심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민지 구승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