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2스타 식당조차 인력난… “홀 서빙 할 사람이 없다”

입력 2022-11-14 00:02 수정 2022-11-14 00:02
지난달 26일 방문한 서울 마포구 ‘역전회관’ 입구에 진열된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합리적 가격의 맛집) 선정 홍보물. 94년째 1·2·3대에 걸쳐 식당을 운영해 오고 있는 역전회관은 2016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빕 구르망에 선정됐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밍글스’는 세계적 미식 안내서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한식당이다. 올해 기준 국내에 5곳밖에 없는 미쉐린 2스타 한식 음식점 중 한 곳이다. 밍글스는 영국 윌리엄리드 비즈니스미디어가 매년 선정하는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도 7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이렇듯 국가대표급 한식당으로 꼽히지만 그늘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만성적인 ‘인력난’이 그것이다.

밍글스는 외국인 손님이 주를 이루고 예약하기도 힘들다. 늘 손님이 넘치지만 인력난 때문에 영업일을 늘릴 수도 없다고 한다. 밍글스 대표이자 요리사인 강민구(38·아래 사진) 셰프는 13일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난 이후 홀 서비스 인력을 구하는 일이 더 힘들어졌다”며 “매주 하루 휴무했는데 지금은 격주에 한 번은 이틀을 쉰다”고 말했다.

밍글스와 같은 파인 다이닝(고급 식당)의 경우 홀 서비스에 전문성이 요구된다. 사람 구하기가 다른 식당보다도 더 힘들다. 외국에서 홀 서비스를 하겠다며 이력서를 보내는 많은 이들에게 눈길을 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비자 등 각종 국내 규제 때문에 엄두도 못 낸다는 게 강 셰프의 설명이다. 비단 이곳만이 아니다. 강 셰프는 “주변 유명 식당들도 일할 사람이 없어서 30명 받을 수 있는 식당에 15명만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올해로 개점 94년째인 서울 마포에 위치한 ‘역전회관’도 홀 서비스 인력 구하는 일이 가장 큰 숙제다. 이곳 역시 미쉐린 가이드가 ‘빕 그루망’(합리적 가격의 맛집)으로 선정한 곳 중 하나다. 코로나 이후 4층 건물 중 3분의 2 정도를 운영했는데 지금도 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명절 제외 연중 무휴였던 영업일도 매주 월요일 휴무로 바꿨다. 손님이 없어서가 아니라 일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1·2대에 이어 역전회관을 이어받아 운영 중인 3대 김도영(62·여) 대표는 “월급을 300만원 이상 준다는데도 하겠다는 이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가족경영이다 보니 김 대표 자녀들도 이곳에서 근무한다. 경영을 배워야 하는 이들이지만 인력이 부족할 때는 홀 서빙도 담당한다. 최근에는 금리 급등으로 건물을 구입하면서 대출받은 금액의 이자 부담까지 커졌다. 김 대표는 “식당을 더 돌려 매출을 올려야 이자, 식재료비, 인건비 감당이 될 텐데 그럴 상황이 안 돼 마이너스만 안 되면 다행이라고 여기며 운영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식당 그만두고 이민 갈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이 아닌 지방은 서비스 인력 사정이 더 열악하다. 대전 대청호 인근 브런치 카페 ‘팡시온’은 연간 30만~40만명이 찾는 명소지만 2층 홀은 서비스 인력 부족으로 문을 열 형편이 못 된다. 도심 외곽에 떨어져 있다 보니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다. 성주한(48) 팡시온 대표는 “손님을 더 받고 싶어도 못 받는다”고 말했다.

이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은 외국인 정책이다. 성 대표는 “외국인 대학생 아르바이트는 일을 더 하고 싶다고 하는데 취업시간이 제한돼 더 시킬 수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 대표는 “외국인 월급을 차등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차등이고 뭐고 돈 준다고 해도 각종 규제에 인력 구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강 셰프는 “호주 등 선진국은 서비스 인력을 적극적으로 해외에서 수급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고 아쉬워했다.

세종=글·사진 신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