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조울증 재발도 스마트기기로 미리 안다

입력 2022-11-15 04:05

앞으로 손목시계 형태의 스마트밴드와 스마트폰으로 재발이 잦은 우울증과 조울증(양극성장애)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연구진이 스마트 기기를 통해 수집되는 생체신호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실시간 분석해 기분장애의 재발 여부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조철현 교수와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이택 교수팀은 스마트밴드와 스마트폰 사용 패턴으로 우울증, 조울증의 재발을 93% 이상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진은 전국 8개 병원에서 주요 우울장애, 1·2형 양극성장애 환자 49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스마트밴드로는 걸음수와 심장박동, 수면 데이터를 수집하고 스마트폰에 내장된 센서를 통해 빛노출량을 측정한다. 측정치들은 연구진이 개발한 일주기 생체리듬 변수로 자동변환된다. 또 환자는 매일 자신의 기분 상태와 활력을 직접 스마트폰 앱에 입력(사진)한다. 이런 데이터들은 서브에 축적돼 일주기 생활패턴의 변화로 3일 후 기분장애의 재발 여부를 예측할 AI알고리즘으로 개발됐다. 연구진은 참여 환자들의 증상 변화와 우울증, 조증(기분 상승), 경조증 등의 재발 양상을 수 개월에서 5년간에 걸쳐 추적 관찰했다.

연구기간 발생한 총 270회의 우울, 조증, 경조증 에피소드 양상을 AI를 이용해 140개 생체리듬 관련 변수로 전환시키고 이를 기계학습시켰을 때 3일 후 재발 예측 성능(AUC)은 우울증이 0.937, 조증 0.957, 경조증 0.963점으로 높은 정확도(1에 가까울수록 높음)를 나타냈다.

이헌정 교수는 14일 “우울증, 조울증 환자는 자신이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재발을 반복하는 특성이 있다. 흔히 쓰이는 스마트밴드와 스마트폰으로 측정된 일주기생체리듬만으로 재발을 예측할 경우 환자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팀은 이 방법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전국 5개 대학병원에서 진행 중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