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의원은 이태원 참사 수습 방안과 관련,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태도를 비판해왔다. 윤 대통령이 경찰만 질타하는 것은 잘못이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자 국민의힘에서는 “동지에게 독 묻은 화살을 날리지 말자”(김행 비대위원)는 공개 비판이 나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대통령실 국정감사장에서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퇴장시켰다. 두 수석은 국감장에서 ‘웃기고 있네’라는 메모를 주고받다가 걸렸다.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서 주 원내대표를 겨냥한 비판들이 쏟아졌다. 장제원 의원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대선 당시 윤 대통령 수행실장을 지낸 이용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주 원내대표를 공개 비판했다.
정부의 이태원 참사 수습과 대응이 적절하지 않다는 여론이 70%에 달한다(한국갤럽).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는 것도 주요한 원인일 것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이런 상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국민의힘에서는 이런 얘기를 하면 동지를 비판하는 사람이 된다. 대통령실 수석이 국회를 무시했는데, 국민의힘은 수석들을 퇴장시킨 원내대표를 비판한다. 지금 국민의힘은 정상적인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직 윤 대통령의 의중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실이 MBC 기자를 전용기에 탑승시키지 않은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출입기자단은 물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 모든 언론 단체들이 공개적인 비판 성명을 냈다. 국민의힘 의원들만 다른 얘기를 한다. MBC가 편파·왜곡 보도를 했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내부 비판을 ‘내부 총질’이나 ‘해당 행위’로만 몰아붙이면 문제가 커지게 된다. 이상민 장관을 지키려다 민심을 잃고, 상식 밖의 메모를 쓴 수석을 옹호하기 위해 원내대표를 망신주고, 특정 언론이 밉다고 언론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 국민의힘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바라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