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일본 3개국의 정상들이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만나 연쇄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며 포괄적 성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에도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하지 않았지만 추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도발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한·미·일 3국 정상들의 대북 경고는 작지 않은 의미가 있다.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신규 대북 제재가 불발된 상황에서도 한·미·일 정상들이 동아시아정상회의가 열린 곳에서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과 공조를 강조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각각 가졌다. 윤 대통령은 한·미, 한·일 정상회담 사이에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한자리에 모인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도 참여했다. 두 차례 양자회담과 3자 회담을 관통하는 주제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었다. 3국 정상들은 북한이 도발을 계속할 경우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를 중심으로 한·미·일 3자 공조체제의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북핵은 3국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백악관은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심도있게 다룰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서 백악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미 대통령 전용기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북한이 도발을 멈추지 않으면 미국의 군사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북한의 최악의 행동을 제지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하는 게 중국의 이해관계에도 부합한다”고 말하며 중국을 압박한 것은 이례적이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크게 반발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은 미국이 동북아에서 군사력을 강화하는 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을 자극하는 군사력 강화 카드를 들이밀 만큼 미국은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이 적극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다.
중국의 리커창 총리가 지난 12일 윤 대통령에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말했다지만 관건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날 시진핑 국가주석의 반응이다. 중국은 그동안 북·미 대화를 강조하면서 중유 제공 중단 등 미국이 요구하는 강력한 대북 억제 수단은 사용하기를 거부해왔다. 시 주석이 북핵 문제에 보다 전향적인 답변을 내놓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