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보행자 우선·LED 바닥 신호등… 고양시 ‘걷기 좋은 도시’ 변신

입력 2022-11-14 20:22
경기 고양시는 보행자 중심의 안전하고 쾌적한 길을 만들기 위한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일산호수공원 녹지축. 고양시 제공

경기 고양시가 보행자 중심의 안전하고 쾌적한 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 곳곳의 낡은 보도를 푸른 숲길로, 차 없는 거리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걷기 좋은 도시라면 무엇보다 보도가 안전하고 편리해야 한다. 보도블록의 재료, 규격 등 조금만 더 신경 쓰면 훨씬 나은 보행로가 만들어진다.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민들의 불편을 살피고 개선하겠다.”

도시계획전문가인 이동환 고양시장은 기존의 정형화된 보도블록 대신 심미성, 기능성을 갖춘 보도블록 활용을 제안했다. 보도블록을 기존의 규격보다 크게 만들고, 인도와 차도의 단차를 줄여 편의성도 고려하도록 했다. 백석역에서 일산병원 사거리 구간(백석로)에 새로운 보도블럭을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시는 올 상반기에만 장백로, 노루목로 등 총 18곳을 정비했으며 하반기에도 장항동 일원 등의 보도를 정비하고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과 유동인구가 많은 횡단보도 진입부에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LED 바닥 신호등을 설치했다. 원당역, 백마역, 마두역 등을 포함해 올해 총 64곳에 바닥 신호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LED 조명이 설치된 일산호수공원 호수교 하부도로. 고양시 제공

고양초등학교 등 22곳에는 신호등 테두리를 검정색에서 노란색으로 변경하고 있다. 올해 안에 고양시 모든 어린이 보호구역에도 노란 신호등을 설치한다. 차량 우회전에 따른 보행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차량 직진 신호보다 보행자 신호가 먼저 들어오게 하는 ‘보행자 우선 출발신호’도 전국 최초로 도입해 현재 97곳에서 운영 중이다.

시는 자연을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는 도심숲도 영역을 넓혀 조성하고 있다. 도심숲은 쾌적한 보행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도시의 미세먼지와 열섬 현상을 줄이는 데도 기여한다.

‘도심 속 골목정원길’은 생활권 주변의 한정적으로 이용되는 보행로, 광장 등에 친환경 녹지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올해 안으로 총 7개 골목정원길이 생길 예정이며 지난달부터 정발산동 두루미공원, 대화동 왕산공원에도 골목정원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오마·화정초등학교 사잇길은 지난 6월 보행자도로 환경개선사업의 일환으로 녹지 공간을 확충하고 오래된 시설물을 교체해 새단장을 마쳤다. 백석·아람초등학교 일원에는 지난 5월 인도와 차도를 분리한 띠 녹지 형태의 자녀안심그린숲을 조성해 안전 확보의 효과도 함께 얻고 있다. 시는 불법 경작, 유휴 공간을 개선해 올해에만 고양동, 일산1동, 토당동, 행주동 등지에 4개 쌈지공원을 조성, 도심숲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초록 보행길을 늘릴 예정이다.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매월 넷째 주 토요일에는 ‘차 없는 거리’를 운영했다. 지난해 화수중·고등학교 앞 도로에서 시작된 차 없는 거리는 올해 백양초·중학교 앞 도로, 고양초등학교 일원까지 총 3곳으로 확대됐다. 차 없는 거리에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저탄소 녹색생활을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환경체험 부스도 열고 문화 예술 공연도 함께 진행됐다. 시는 앞으로도 주민들의 주도적 참여를 바탕으로 차 없는 거리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시는 최근 일산호수공원과 일산문화광장을 잇는 녹지축 연결 사업으로 폭 50m, 길이 38m의 교량을 설치했다. 오르내리는 길에는 소나무, 야생화 등 다양한 수목을 심고 지그재그로 벤치를 놓아 쉼터를 조성했다. 이를 통해 그동안 왕복 6차선 도로나 육교를 건너야 했던 불편함이 개선됐으며 보행 약자들의 편의도 증진됐다.

일산호수공원 호수교 하부의 보행 공간을 넓히고 보행자를 위한 휴식 공간도 마련했다. 야간에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해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에 LED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안전 설비도 확충했다. 이 외에도 고양시는 보행 약자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버스정류장과 주변 보행로, 도심숲, 공원 등을 대상으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이동환 고양시장 인터뷰
“창릉천 수변공원화 ‘위 스마트 통합하천’ 재탄생”


이동환(사진) 고양시장은 1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자유구역 지정 같은 굵직한 사업도 비중 있게 추진했지만, 무엇보다 시민의 실생활에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을 중점적으로 실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걷기 좋은 도시' 조성은 시민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관찰이 있어야 시행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보도블록 개선 사업은 나무 뿌리 때문에 보도블록이 솟아올라 보행자들이 걷는데 불편을 느끼는 것을 본 이 시장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고 아름다운 보행환경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해 시작됐다.

이 시장은 '걷기 편한 도시'를 만드는 사업 이외에도,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사업들도 추진 중이다. 그는 "평지와 작은 언덕, 논밭길로 연결돼 있는 고양시의 특성을 살려 어린아이도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고양누리길 14개 코스 함께 걷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코스당 최대 3시간 남짓 정도면 넉넉하게 걸을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걷고 돌아오기 좋다"며 "얼마 전 환경부 통합하천 공모사업 1차 심사를 통과한 창릉천 수변공원화 사업도 고양시 대표 걷기 좋은 길로 거듭날 예정이다. 창릉천 전 구간을 수변공원화하고 역사학습관, 별빛테라스, 워터프론트 등 친수공간을 조성해 역사, 문화, 자연이 하나가 되는 '위 스마트 통합하천'으로 재탄생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누구나 함께 걷고 싶을 때 걸을 수 있는 길, 하루를 보낸 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거리를 시민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며 "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작은 것이라도 하나하나 살피고 개선해나가는 고양특례시를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양=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