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취약계층·주거 지원… 삼위일체 하나님의 가족으로 산다

입력 2022-11-14 03:05
마지드 베사히(왼쪽) 트리니티패밀리교회 목사가 지난 3월 경기도 고양의 교회에서 소외계층을 돕는 비영리단체인 ‘마더하우스’ 회원들과 함께 청소년 미혼모와 아이를 위해 마련한 돌잔치에서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트리니티패밀리교회 제공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고양의 트리니티패밀리교회(마지드 베사히 목사). 교회에 들어서니 진한 커피향과 어우러진 갓구운 빵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교회 정중앙에 있는 부엌에선 교인 여러 명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매주 화·수·금요일에 있는 평일예배 참석차 모인 참이었다.

16세때 만난 하나님이 준 선물

트리니티패밀리교회는 2020년 여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 당시 세워졌다. 노숙인과 난민 등 소외계층을 돕는 비영리단체 ‘마더하우스’ 회원들이 주축이 됐다. 트리니티패밀리교회는 일반 교회와는 다르다. 담임목사가 이집트 출신이라는 점이다. 마지드 베사히(52) 목사가 그 주인공이다. 베사히 목사는 30여년간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를 거치면서 선교사, 강사, 목사로서 살아왔다.

그가 하나님을 만난 건 드라마틱하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여덟 살때 뇌수막염으로 40일간 혼수상태에 빠져 사경을 헤맸다. 이후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았지만, 후유증으로 언어장애를 얻었다.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없게 된 그는 어머니를 제외한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외면당했다.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바뀐 것은 없었다. “너무 힘들었고 세상에 혼자 떨어진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더 노력했던 것 같아요.”

운동도 하고 돈에 의지하며 이중적인 삶을 살기도 했으나 돌아온 건 공허함 뿐이었다. 그의 삶을 180도 바꾼 건 한 기독교 집회였다. 16세의 베사히 목사는 “청소년 콘퍼런스에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며 “(하나님께서) 제가 얼마나 큰 죄인인지 깨닫게 하셨다”고 회상했다. 그는 사흘간 울며 회개했다. 그리고 ‘남은 삶을 (무슬림에게) 말씀을 전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동시에 그의 장애도 한순간에 고침을 받는 기적을 체험했다고 그는 고백했다.

무슬림 선교사에서 교회 목회자로


베사히 목사가 선교사로 살기로 다짐한 데는 한국 기독교의 부흥도 일조했다. 그는 당시 다니던 교회에서 우연히 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큰 부흥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는 “조용기 목사님이 한 기도원에서 말씀을 전하는데 많은 이들이 회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그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1999년 요르단 선교사로 파송됐다. 2004년에는 요르단에 분교를 둔 댈러스 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M.Div) 학위도 받았다. 아내인 수잔 베사히(49)와 함께 중동국가에서 난민 사역을 하며 무슬림들에게 말씀을 전하고 교회를 설립했다.

2011년에는 선교사 양성의 꿈을 안고 태국으로 옮겨 7년간 사역했다. 베사히 목사 사역의 기둥이 되는 마더하우스와의 인연이 시작된 곳도 이곳이었다. 그는 마더하우스 회원들의 끈질긴 제안으로 2018년 한국 정착을 결정하고, 이듬해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카이캄·KAICAM)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20여년 전 하나님께서 꿈으로 한국이 저의 최종 종착지라고 보여주셨어요(웃음).”

국내외 취약계층 섬김사역 활발

개척한 지 2년 반밖에 되지 않은 교회가 펼치는 사역은 광범위하다. 트리니티패밀리교회의 사역은 취약계층을 돕는 선교단체 ‘왕을 섬기다’와 마더하우스, 주거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외교부 산하 ‘알에스넷(RS NET)’ 등이 있다. 이들 사역을 세분화하면 20곳이 넘는다. 교인들은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지역뿐만 아니라 해외 난민까지 돕는다. 미국, 이집트, 요르단에도 ‘트리니티패밀리처치 스몰 커뮤니티’를 만들어 매일 현지인들과 소통한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가족으로서 살도록 부름 받았다고 믿습니다.’ 교회 소개 책자에 적힌 트리니티패밀리교회 비전이다. 베사히 목사는 “개개인은 다를지라도 하나님 앞에서는 같은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우리 안에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열방의 가장 위대한 소망으로 드러내는 것이 의무”라고 말했다.

그가 외국인 목사로서 가진 어려움과 한계는 없을까. 그는 “언어가 유일한 장벽”이라며 “지금까지 교인들과 많은 고난을 거쳐왔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사랑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언어 외에는 어떠한 것도 목회에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를 향한 소망도 내비쳤다. 그는 “한국 교회가 갈등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한 몸으로서 회복됐으면 좋겠다”며 “서로 대적하기보단 이해하고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사히 목사의 책상 위에는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있는 삽화가 담긴 액자가 놓여 있었다. 그의 목회 철학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그림이었다. 그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가족이 추구해야 할 4가지 가치를 ‘평등’ ‘사랑(희생)’ ‘나눔’ ‘실천’으로 정의했다. “교회는 이 가치 위에 세워졌어요. 예수님은 왕으로 오셨지만, 동시에 희생적인 삶을 사셨잖아요. 우리도 이 발자취를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양=글·사진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