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원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용(56)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해 상반기 광주 지역에서 당시 대선주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 조직 관계자들과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김 부원장에게 전달된 자금 용처를 확인하기 위해 제20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를 지지한 각종 단체를 수사 중이다.
광주에서 활동하던 이 대표 지지 조직의 핵심 관계자는 10일 국민일보에 “김 부원장이 지난해 1월 조직 출범 이후 열린 모임에 참석해 서로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모임은 광주의 한 식당에서 이뤄졌는데, 김 부원장은 친분이 있던 조직의 다른 관계자와 연락을 한 뒤 모임에 참석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후로도 김 부원장은 조직 관계자들과 전화로 연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관계자는 해당 조직이 김 부원장 등 이 대표 측으로부터 활동 지원금 같은 돈을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회비로 조직이 운영됐다는 것이다. 그는 “출범 때부터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단체는 아니었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어젠다를 제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라며 “대선 경선 국면이 무르익으면서 조직의 성향과 가까웠던 이 대표를 지지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말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결성된 이 대표 지지 단체는 기본소득국민운동본부, 희망사다리포럼, 희망22포럼, 공정사다리포럼, 민주평화광장 등이 있다. 이러한 단체와 포럼은 20대 대선 경선 시기 전국 곳곳으로 확대됐다.
지난 8일 김 부원장 등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긴 검찰은 공소장에 김 부원장이 2020년 7월쯤 ‘이재명 경선 조직화 방안’을 세웠다고 적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그는 ‘호남 정신 계승자는 이재명이라는 이미지 메이킹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전략을 세웠다고도 한다.
김 부원장은 지난해 2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광주 등을 돌고 있는데 자금이 필요하다”며 20억원을 요구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이후 김 부원장이 대선 예비경선 전후인 지난해 4~8월 유 전 본부장, 정연학 변호사와 공모해 남욱 변호사로부터 8억4700만원을 전달받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유 전 본부장이 전달하지 않은 돈을 제외하면 실제 김 부원장에게 전달된 돈은 6억원가량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이 대선 경선 당시 선거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용처를 수사하고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