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상강(霜降)

입력 2022-11-10 19:26


나무에 기댄 햇살 곁에 앉았다
없는 듯이,

낙엽 서넛 다가와서, 물끄러미

기별 넣지 않고 가보는 길이라고, 중얼하고

일어서는데
기다린 듯이 앞서는 그림자, 우두커니

바라보는

두어도 절로 자란 몸짓이 저렇듯
여유로워

발가락으로 부리처럼

시큼한 볕을 쪼던 비둘기 몇
흰머리 위로 덤비듯 날아올라, 화들짝

이진환 시집 ‘오래된 울음’ 중

24절기 중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상강이면 추수가 마무리된다. 상강이 지나면 입동이 온다. ‘상강’이라는 제목을 단 이 시는 “낙엽 서넛 다가와서, 물끄러미” “기다린 듯이 앞서는 그림자, 우두커니” “흰머리 위로 덤비듯 날아올라, 화들짝” 같은 구절들을 통해 계절의 감각을 절묘하게 묘사한다.